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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 현실과 대면할 용기를...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08.02.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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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6.5
감독
스티븐 쉐인버그
출연
니콜 키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티 버렐, 해리스 율린, 제인 알렉산더
정보
드라마 | 미국 | 118 분 | 2008-01-17
글쓴이 평점  

리얼과 리얼리즘의 오묘한 차이


여성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1923~1971)가 사진가로서의 긴여행을 떠나기 직전의 일상을 독특한 구도로 그린 작품.


유대인 거상(모피 상인) 집안 출신으로 광고 사진가인 남편과 의미없이 지루하게 살아가는 디앤(니콜 키드먼)에게 윗층에 사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남자(라이오넬, 배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는 선천성 다모증으로 전신이 털로 덮여 있다. 라이오넬과의 만남은 디앤의 사진 세계를 새롭게 열게하는 발원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라이오넬의 친구들, 양팔 없이도 자유로이 살아가는 여자, 난쟁이, 동성애자 등을 만나며 디앤은 지루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리는 것을 자각한다. 겉은 물론이고 폐까지 털로 덮여 숨쉬기도 곤란한 라이오넬이 죽을줄 알면서도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스타이켄(Edward Steichen, 룩셈부르크, 1879~1973)이 기획한 <인간 가족전>(1955년) 이후로 뉴욕 현대미술관이 사진을 통해서 수십만의 관객을 다시 모았던 것은 1972년 디앤 아버스의 회고전이었다. 특히 자살한 뒤로 그녀는 예술 사진계의 전설이 됐다. 디앤 아버스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회화적 기법으로 보여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나 헨리 피치 로빈슨(Henrry Peach Robinson, 1830~1901), 그리고 브레송(Henri Cartier Breson, 1908~2004)처럼 사진의 독특한 매력인 이른바 찰나의 미학을 보여주던 기존의 모더니즘을 깨트린 장본인 중의 한 사람이다.




디앤 아버스의 작품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피사체로 등장한다. 기형아, 동성애자, 희귀병을 가진 사람, 나체주의자, 난쟁이 등 혐오스럽거나 측은하거나 비루한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다. 영화는 그녀가 그들의 세계로 다가가게 되는 계기를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그려냈다. 그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괴짜이다. 또한 대부분 정면 얼굴을 플래시를 직사로 찍은 사진이다. 뻣뻣한 자세로 정면을 노골적으로 응시하는 사진으로부터 낯선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버스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로 그 사람의 약점"이라고 한다. 아버스는 그 약점을 부각시키지도 감추지도 않은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사실 그들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사진 속에서는 고통을 받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초연함과 자립성이 엿보인다.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유쾌한 감수성이 아버스 작품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사진은 저널 사진처럼 사람들을 깨치게 할 정도로 교훈적이지도 시사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여타 예술 사진처럼 기막힌 미학 요소(색감, 구도, 회화기법, 내면세계 등)도 없다. 심지어 휴머니즘을 찾기도 힘들다. 브레송처럼 몰래, 우연히 찍어대는 자연스러운 찰나의 미학은 더더욱 없다. 그녀의 작품은 피사체 몰래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그녀가 추구하고픈 진정한 리얼리즘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는 솔직 담백함인 것 같다. "이들은 나를 대단히 흥분시킨다. 나는 늘 그들을 찬미한다"는 말 속에 그녀의 사진 세계가 내재되어 있는듯 하다. 지루함과 기괴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측면에서 앤디 워홀의 미학과 그녀의 작품은 사촌지간이다. 하지만 앤디 워홀처럼 천재적이고 기발한 미적 왜곡이 없는 그녀의 사실주의는 현실 속 존재와 상황들을 정면에서 당당히 대면하는 것이 차라리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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