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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이 검객, 생의 고통을 통해 자유를 얻다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08.02.04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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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팔이 검객(獨臂刀: One-Armed Swordsman, 1967)



'무협의 대부'라고 불리는 장철(張徹, 1923~2002) 감독의 <외팔이 검객(국내에서는 1968년에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보며 1995년에 개봉했던 서극의 '칼'(刀)이 다름 아닌 장철 감독을 위한 '오마주'(hommage)였다는 생각이 든다.


무협 장르의 주인공 캐릭터는 천차만별이지만 그 원형(原型, pattern)에 따라 완벽형과 불완전형(불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소룡, 이연걸이 소화했던 캐릭터들은 대부분은 완벽형, 즉 슈퍼맨이다. 반면에 성룡(재키 찬, Jackie Chan)은 영구 뺨치는 바보부터 스마트한 협객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그래서 성룡은 위대하다). 


우스꽝스럽다 못해 연민까지 가는 <취권>의 '황비홍', <외팔이 검객>의 '평강' 같은 캐릭터들이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제1의 감동은 풍부한 연기력과 고난도 무술실력 외에도 강호 세계가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이 결코 아니라는 친숙함과 편안함이다. "저놈이나 나나 본질적으로 다른 게 없다"는 인지상정과 감정이입, 그것이 외팔이 검객을 3편의 시리즈까지 제작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외팔이 검객 '평강'역을 맡은 왕우(王羽)은 불구형 무림 고수의 클리셰를 완벽하게 구축한 선구자다. 슈퍼맨 이소룡이 나오기 전까지 왕우는 한마디로 중국 무협의 황태자였다. 자신을 연모(戀慕) 하는 여인에게서 (실수로?) 어이 없이 오른팔이 잘린 미천한 신분의 주인공,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인 부러진 칼...이러한 설정은 눈에 보이는 장애가 눈에 보이지 않는 내공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디딤돌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생의 고통과 장애를 통해서만 진정한 해탈(자유)을 얻을 수 있다는 불교정신과 비우고 버려야 더 큰 것을 채울 수 있고, 연약함(부드러움)을 깨달은 자만이 진정 강해질 수 있다는 노장사상이 작품 속에 스며있다.


지금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와는 그 스케일과 테크닉을 비교할 수 없지만 단순히 비주얼 중심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작품에 스며있을 때 우린 그걸 장인정신이 깃든 명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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