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8 21:53 My Text/Book

처음처럼



신영복, <처음처럼>, 랜덤하우스, 2007.

절망이라는 단어는 신영복 선생 앞에서는 호화스런 사치로 전락한다.

시민단체에서 수습을 끝냈을 때 부장님이 선물로 줬던 <처음처럼>을 1년 2개월 근무하고 퇴직한 지 한달이 지난 오늘에서야 읽었다.

그림과 글씨, 시(詩)·書·畵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에세이다.

요즘 손에 잡히는대로 읽어대며 무절제, 무계획, 잡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내게 대오각성하라며 안이한 정신을 내려치는 죽비처럼 느껴진다.

처음처럼이라는 말은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일까?
처음처럼 겸손한,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말일까?
처음처럼 달려드는 용기를 가지라는 말일까?
처음처럼 순수하고 청결한 마음가짐을 추스르라는 말일까?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순간순간을 사랑하라는 말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공간을 사랑한다면 내일의 오늘은 후회하지 않는 어제일 것이다.

하루 하루가 끊임없는 시작이며, 삶 전체가 변화의 연속이라는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 인상깊은 구절

히말라야의 높은 산에 살고 있는 토끼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자기가 평지에 살고 있는 코끼리보다 크다는 착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66쪽)

무리하게 변화를 시도하면 자칫 교(巧)로 흘러 아류(亞流)가 되기 쉽고, 반대로 방만(放漫)한 반복은 자칫 고(固)가 되어 답보하기 때문이다. 교(巧)는 그 속에 인생이 담기지 않은 껍데기이며, 고(固)는 자기를 기준으로 삼는 아집에 불과한 것으로 보면 역시 그 중(中)을 잡음이 요체라 하겠습니다. (99쪽)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함께 비를 맞지 않는 위로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위로는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번 확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 (103쪽)

첩경(捷徑)과 행운에 연연해하지 않고
역경에서 오히려 정직하며
기존(旣存)과 권부(權富)에
몸 낮추지 않고
진리와 사랑에 허심탄회한
그리하여 스스로 선택한 우직함이야말로
인생의 무게를 육중하게 합니다. (161쪽)


처음처럼 - 10점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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