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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8. 1. 1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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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글쓰기의 공중부양>, 해냄, 2007.

요즘 대형서점에 가면 글쓰기(작문) 관련 서적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이미지(사진, 동영상)가 대세인 뉴미디어 시대에도 불구하고 텍스트의 중요성은 흔들리지 않은듯 하다. 하지만 과연 저 책들을 읽으면 순식간에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세상의 모든 작업이 그렇듯 치열한 인고의 세월이 없으면 그 분야의 고수가 될 수 없다. 글을 잘쓰기 위한 책들은 그저 안내서일 뿐이다. 결국 스스로 찾아가는 고된 여정을 거쳐야 공중부양은 환상에서 현실가능한 꿈으로 다가온다.

세상엔 다양한 개성을 지닌 고수들이 수두룩하다. 강호의 은둔(?) 고수 이외수 선생의 글은 언제나 유쾌하다. 만화가 이두호 작가의 머털도사에 등장하는 누더기 도사가 연상된다. 정말 독특한 아우라다.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내공을 지닌 진짜 글쟁이 고수다. 그의 단어 선택과 문장배열에서 환희를 느낄 정도다. 엄청한 고행을 겪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단지 화려한 테크닉이 아닌 온몸과 마음으로 쓰는 혼연일체, 물아일체의 필력이다.

작가가 주장하는 글쓰기의 공중부양 핵심은 1단계 기초배양, 2단계 잔머리 굴리는 문장기교 배양보다는 마음으로 쓰는 글쟁이가 되라는 것. 지적 허영을 드러내며 가식적인 문장을 남발하는 것은 차라리 죄악에 가깝다. 진실하지 못한 글은 쓰레기에 불과하며, 쓰레기를 무작위로 배출하는 글쓴이는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떠들어대는 사기꾼으로 전락할 수 있다.

최고의 글은 진실한 단순함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상깊은 구절

소금이 설탕에게.
바다도 모르는 놈.
애들 이빨이나 썩게 만드는 놈.
비만과 당뇨의 앞잡이.

설탕이 소금에게.
우쒸, 너 개미 모아본 적 있어? (43쪽)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서 탈피하라. (97쪽)

예수나 부처는 인간에게 자비와 사랑을 가르친다. 하지만 작가는 인간에게 증오도 가르친다. (102쪽)

소화되지 않은 학문, 소화되지 않은 철학은 글쓴이를 위선자로 만들기도 하고 읽는 이를 청맹가니로 만들기도 한다. 허영은 국어사전 그대로 겉치레에 불과하다. (111쪽)

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인격의 표현이 아니라 인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엘리엇 (204쪽)

특히 글쓰기의 성패는 기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다. (222쪽)

나는 수많은 문학도들이 이상(李箱)의 흉내를 내다가 자기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자들을 배설하고 자멸하는 모습을 보았다.....소인배들이 자신을 심오한 존재로 위장하기 위해 대가들의 흉내를 내지만 결과적으로 적나라한 치기만 드러낼 뿐이다. (248페이지)

자기만의 창법을 가질 수 없으면 가수가 될 수 없고 자기만의 색채를 가질 수 없으면 화가가 될 수 없고 자기만의 문체를 가질 수 없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 (273쪽)


글쓰기의 공중부양 - 10점
이외수 지음/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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