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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들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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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08.01.0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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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브록만 엮음, <위험한 생각들>, 갤리온, 2007.


위험한 생각들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가 보편적, 절대적,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들-윤리, 종교, 가치관, 도덕·규범(철학), 각종 과학(생물학, 유전학, 천문학, 심리학, 물리학, 수학, 기하학 등) 법칙-이 고정불변이 아니라 꾸준히 진화하고 변화한다면 세계는 흔들릴 수도 있다. 더구나 일부의 사실들이 사실이 아니라 우리들의 착오라면 인식구조와 질서는 치명적인 상처마저 입을 수 있다.

<위험한 생각들>은 엣지(Edge) 온라인 살롱에 초대받은 세계적인 각 분야 석학들 110명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위험한 생각들을 연결한 위험한(!) 책이다. 대부분 GRIN(Genetic, Robotic, Information, Nano) 분야의 최고 지식인들이다. 코페르니쿠스는 하늘과 땅의 엄격한 구별을 없앰으로써 우주관을 뒤엎었고, 다윈은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의 엄격한 구별을 없앰으로써 세계관을 전복시켰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우리가 책임 질 수 없을 정도로 무의식의 충동과 자극에 지배받는 존재라는 것을 천명했고, DNA와 유전자 코드 발견, 신경과학의 진보는 종교와 윤리를 혼동으로 빠트릴 수 있다.


특히 진화생물학자, 진화심리학자들의 위험한 생각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만약 하나의 선택이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겠다고 결심하기도 전에,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결정된다면, 자유의지는 어디에 존재하는가"라고 묻는 에릭 캔들(Eric R. Kandel)의 화두는 프로이트, 헬름홀츠, 리베트 등이 주장한 무의식 구조가 현실을 지배한다는 심리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른바 이성지상주의, 계몽주의는 한갖 환상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자유의지를 무의식이 지배한다면...


심지어 리처드 도킨스(Ricard Dawkins)는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를 일으킨 주범 유전자를 벌해야 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킨다고 두들겨 패지 않고 자동차가 고장났다고 자동차를 몽둥이로 부수진 않는다. 인간의 신경계를 연구한 결과, 범죄자의 생리와 유전, 환경조건들을 비난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즉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 한다발의 뉴런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인간은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소의 유전자를, 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말의 유전자를, 양떼를 더 잘 지키도록 목축견을 개량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을 더 좋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인간의 유전자도 개량할 수 있다. 버전 1.0인류에서 2.0인류로 진보할 수도 있다. 유전자 개량으로...


분자 생물학에서 생물과 무생물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심지어 불가능하다. 그 구별은 단지 임의적 구별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우주의 유일한 생명체도 아니며 우리 우주와는 다른 물리적 법칙이 지배하는,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 다중 우주(많은 우주들)가 존재할 확률이 높다. 자연과학분야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끌어 낸 상수(常數)들이 우주적 차원에서 더이상 상수가 아닐 수도 있다면 과학은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지구가 온난화되었다고 해서 지구가 종말을 고하진 않는다. 지구는 언제나 우주적 악조건을 치열하게 적응하며 살아남았다. 기후변화가 지구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기생하는 인간들을 해치는 것이다. 마치 지구가 몸살에 걸려 죽살이치는 것마냥, 고대 가이아 이론을 빌려 아픈 지구를 묘사하는 것은 객관적이지도 솔직하지도 못하다.


이외에도 위험한 생각들은 무수히 존재할 수 있고 계속 나올 것이다. 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위험한 생각들을 생각하지 못하게 강요하는 것, 위험한 생각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 또는 위험한 생각들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위험한 생각들을 탐구하는 존재들로 인해 인류는 이만큼 진보했고 그 위험한 생각들 덕분에 미래에 희망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이것도 위험한 생각인가...


★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68페이지)

"내 뇌가 그것을 하도록 시켰다" (105페이지)

"에너지는 흐르고, 물질은 순환한다" (131페이지)

공적인 대화에서 사용하는 모든 말들이 공정하고, 선하고, 옳기만 하다면, 그때야말로 그 사회로부터 도망쳐 나와야 할 때이다. (145페이지)

진리는 처음에는 비웃음을 당하고, 그 다음에 격렬한 반대에 부딪치고, 마지막에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02페이지)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은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380페이지)

학교는 어린이들을 불행하게 만들며, 많은 조사와 연구결과가 증명하듯이, 어린이들은 사실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않는다. (389페이지)

세포8개로 이루어진 인간 배아세포를 죽이는 것에 그토록 분노하는 사람들이, 성숙하고 지각있고, 그리고 도축과정에서 아마도 극심한 두려움에 떨었을 소를 죽여서 만든 스테이크는 기꺼이 먹을 수 있는 것일까? (427페이지)


위험한 생각들 - 10점
존 브록만 엮음, 이영기 옮김/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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