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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아나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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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06.10.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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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아나키스트』, 문학과 지성사, 2005.


젊고, 어리석고, 가난했던


1


토요일 밤 9시 '리빠똥'에서
우리는 소진되었고. 문은 오로지
패배한 자를 위해 열려 있어.
10년이 지났을 뿐인데


크레모아 들고 적진에 뛰어드는 용기.
우리의 만남. 부자연스런 체위. 시와 혁명.
술과 사상, 노동자와 시인.
우리와 그들의 사랑은 소도미야.
소돔 성이 소도미 때문에 망하지는 않았어.
사랑의 힘 때문이야. 서풍이 분다.


혁명이 뭐겠어. 우리 결혼할래.
헬로와 헬로와 꽃들이, 헬로와 헬로와 우리들에게,
청첩을 돌린다면. 너와 나의 결합.
오래된 진리와 형체 없는 유행의 결합.


내 삶은 recycled life. 폐기해줘. 철폐해줘.
모든 법칙들을, 모든 용기를, 사랑의 만용을.
질풍노도의 시대. 그 시대의 아들이.
헤이 걸. 큰 젖을 가진 아가씨. 날 위해 울어줘.
이봐. 웨이트리스. 천 하나 더.


지하철공사 노동자들. 술을 마시고 있어.
파업 철도. 강철의 힘이란 옛날의 추억이라구.
옛날의 금잔디. 동산에. 아름다운 여인 메텔.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 역에 멈춰서면
차량 기지엔 햇빛이 가득했네.
투쟁하는 노동자의 눈동자.
그런 시대. 그런 아득한 날들 앞에
항복하고 싶다.


사랑은 어째서 고독하고,
나는 어쩌라고 약한가.
유일한 동력. 유일한 실존.
달콤한 알콜과 마리화나. 플라워 무브먼트.
살아 있는 무뇌아. 정주를 거부한 nomade에게
치욕의 힘, 생존 본능의 아름다움이 무늬 진


창 너머 도시의 어둠에
꺼지지 않는 불빛의 술렁임 첫 파정의 현기증처럼
퍼져 오르고 늦은 사랑의 강이 흐르고
강 건너에는 잊었던 어둠이 흐르고
그 어둠 속엔 긴 겨울 끝
새 봄 기다리는 마른 희망들
忍冬하고 있고 숨어 죽는 나뭇가지
끝에는 순백의 희망이...


2


창밖의 뚜렷한 현실. 거대한 뿌리의
숨막힘 멀리 떨어져 있는. 언제나. 어둠.
은유의 시대는 끝났다. 여기
명확한 언어라는 모조품.
친구여. 혁명이 아름답던 은유의 날들을
내게 돌려줘. 청춘을. 부서진 내 청춘을. 꽃다운
우리 청춘 술잔 위에 떨어지는 불빛, 불빛.
불멸하는 이름. 사랑의 짝짜꿍으로.
낫과 해머. 핀란드역의 블라지미르.
역사의 기관차. 계급의 두뇌.
무너진 사랑탑에


눈이 내린다


너와 나 사이 폐허에
우리를 지켜보는 투명한 눈이


-끝-


★인상깊은 구절


나의 목표는 혼돈의 힘을 이용하여 응축된 의지를 해체하고 숨어 있는 아나키를 조직하여 평정을 획득하는 것이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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