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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옛 원고에서

My Text/Essay

by 아나키안 2006.10.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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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오장육부를 모두 토악질한다 해도,

삶은 소주만큼 능글맞게 독하다.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사랑은 소주만큼이나 유혹적이다.

어젯밤 소주에 넉다운 되어도,

오늘밤 또 퍼마시는 소주나

사랑의 아픔에 고통스러워 해도,

또다시 갈구하는 사랑이나

지독한 것은 마찬가지.

 

첫 잔, 자극적인 첫사랑처럼 흥분된다.

둘째 잔, 아픈 이별처럼 쓰디쓰다.

셋째 잔, 그리움에 못 이겨 속이 울컥거린다.

넷째 잔, 사랑의 허망함에 힘이 빠진다.

다섯째 잔, 모든 사랑을 의심해 광폭해진다.

여섯째 잔, 정답을 알 수 없어 정신이 몽롱해지다가

막잔에는 결국 生死가 귀찮다.

 

소주잔 속에,

생노병사의 애증과

사단칠정이 가득차 있으니

그 모든 걸 비워버린 빈잔에

무위(無爲)의 자유가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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