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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바보바보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6.03.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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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바보 바보』, 해냄, 2004.


이외수 작가의 글은 현란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있어서 좋다. 인위적인 고급미를 구현하고자 발버둥치는 삼류작가들과는 확실히 틀리다. 


간결한 문장에 의외의 깊은 뜻이 담긴 평범한 문장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발도 나름대로의 내공이 필요하다. 세상과 타협할 줄은 모르나 조화롭게 살 줄은 안다는 작가의 자신감이 베여있는, 진하지는 않지만 깊이가 있는 숙성된 차(茶)같은 에세이다.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그 작가의 모든 글과 말이 진리가 아닐 뿐더러 그 문학적 표현에 억지로 동감을 느낄 필요도 없지만, 작가가 던지는 화두에 대해 나만의 방식대로 고민하며 작가와 (공격적이든 우호적이든) 무언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책은 단순히 물질적 종이뭉치가 아닌 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이외수가 대체로(?) 훌륭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작가 자신의 입장보다는 독자의 감성에서 펜 노동을 한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머리에 먹물 꽤나 주입되어 있는 작자라면 말처럼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요컨대, 그의 글은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천박하거나 상업적이지 않고 심지어 감동까지 준다.


★인상깊은 구절


그대가 젊은 나이에 인생역전을 절대적으로 로또 따위에 의존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대의 인생은 끊임없이 그대에게 잔인한 시련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니 세상을 불평하기 전에 그대를 먼저 개선하기를 권유한다. (24페이지)


얼마나 다른 개들에게 쪽팔릴까, 도둑의 집을 지키는 저 개는...(51페이지)


중언부언: 중의 말이 부처의 말이라는 뜻이 아님 (143페이지)


어리석은 사람이란 지능지수가 낮은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의 기분대로만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177페이지)


이 나라의 기관이나 단체들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사안들은 한결같이 등하시하면서 국민들에게 요구할 사안들은 한결같이 중요시하는 만성복지불감증후군에 감염되어 있다. (208페이지)


전인류를 용서해주시지 않는다면 자기도 같이 죽도록 해달라고 생떼를 써야 마땅한 노아였거늘, 아무도 모르게 배를 만들어 자기네 식구들끼리만 위기를 모면하다니, 아직도 천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노아 속은 모를 일입니다. (21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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