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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진공화국.."함부로 찍지 말라"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6.02.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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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조, 『대한민국 사진 공화국』, 시지락, 2005.


저자가 책 서두에 장담한 자기만의 사진 잘찍는 비결을 터득하기 위해 정직한(?) 방법으로 200여 페이지를 끈기 있게 읽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비법은 "할 수 있다면 사진을 찍지 마세요"라는 황당한 대답!!


별다른 생각이나 책임감 없이 무작위로 찍어내고 인터넷에 올리는 아마추어와 프로 사진가들에게 저자가 강력히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사진 찍는 '예(藝, 기술)'을 터득하기 이전에 올바른 사진·영상 문화, 즉 예(禮)를 배우라는 것 !! 영상, 사진분야에 있어서 그 열정만큼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정작 그 행태는 하류급이라는 것이 저자의 쓰디쓴 충고이다.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무슨 커다란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것마냥 피사체에 대한 진실한 애정과 예의를 갖추지 않은 채 셔터를 무작정 눌려대는 우리의 무성의한 비도덕성과 무책임함을 꼬집는다.


마치 '바른생활을 합시다'라는 지극히 보수적이면서도 상투적인 주장을 내세우면서 인터넷 문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디지털 문화에 대해 과민반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예술과 표현의 자유, 알권리라는 이름으로 일상에서 행해지는 몰상식한 작태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순간포착을 해야한다는 고질적인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
또는 무언가를 자유롭게 찍기 이전에,
내 눈과 카메라가 일체가 되어 응시하고 있는 파인더의 안의 세상에 대해 잠시 생각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인상깊은 구절


사진은 회화나 조각같은 장르와는 달리 기계가 완성하는 부분이 많고, 또 '손재주'가 아니라 '시각의 재단(裁斷)'이 필요한 예술입니다. 그러므로 카메라를 살 때 따라오는 설명서만 충실하게 읽어봐도 부전승으로 운좋게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듯이 쉽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또 재단을 잘하는 시각훈련만 어느 정도 되어 있어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이런걸 알기 위해서 지금 책방에 쌓여있는 그런 류의 책을 사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본문 11페이지)


스포츠 신문은 종합 일간지의 사생아뻘입니다. 중앙 일간지들은 스포츠 신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옐로 저널리즘의 옷을 차려입고 있었습니다. (46페이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이혼서류를 접수하러 법원에 가는 연예인을 법원까지 좇아가 끝끝내 화면에 담고 인터뷰까지 따오는 끈질김, 사기 사건에 휘말려 거의 실성한 상태의 연예인을 적나라하게 찍어 방영하는 뻔뻔함, 막 잠에서 깨어난 연예인을 생생한 밀착 취재라는 명목으로 촬영하여 온 국민에게 다 보여주는 추잡함, 연예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도 모자라 학창시절 성적표까지 들춰가며 분석하는 치밀함, 아무 것도 아닌 사건을 '재연'과 컴퓨터 그래픽까지 활용하여 대단한 일처럼 만드는 창조력, 이것이 우리나라 연예뉴스의 모습입니다. (52페이지)


"예술은 조미료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미료가 안들어가도 찌개는 먹을 수 있지만 조미료가 적당히 들어가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들어가면 맛도 없고 몸에도 해롭습니다. 예술과 우리 삶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 백남준 (58페이지)


말을 한다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없는 것처럼, 눈에 보인다고 사진으로 다 찍을 수는 있는 것은 아닙니다. (97페이지)


대한민국 사진공화국 - 10점
정한조 지음, 유준재 그림/시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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