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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이방인, 카프카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6.01.1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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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바겐바하 저/전영애 역, 『프라하의 이방인 카프카』, 한길사, 2005.


대부분의 갈등과 부조리는 주변세계와 내면 세계의 불일치에서 고질적으로 발병하는 듯하다.


카프카의 문학은 그러한 불일치에서 비롯된 어긋난 삶의 풍경들을 매우 적나라한 상징과 은유로 장식한, 독자에게 그다지 유쾌한 감정을 주지는 않는 어두운 빛깔의 청동상(像)과 같다.


또한 체코와 독일,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경계에서 머뭇거린 경계인 특유의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면서도 불안한 회색빛이 전체적으로 진하게 베여있는 캔버스 위의 유화 같기도 하다.


마티스의 화려한 색채와 피카소의 기막힌 구도 감각에 무의식적으로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프라하의 이방인, 카프카의 건조한 필체와 안정감 없는 구도는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면에 근대성 해체로 이해되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각에서 카프카의 실존주의 문학은 오히려 그 철학적 코드가 일맥상통할 수도 있다.


요컨대, 카프카의 모든 것은 이중적이다. 그의 삶이 그렇고, 그의 생각이 그렇고 그의 문학이 그렇다. 해방과 자유를 갈구하면서도 평생 프라하를 벗어나지 못한, 성년의 숲을 어린 아이처럼 방황한 작가의 삶을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이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모든 사람을 떠나 인적없는 숲 속으로 추방당한 것처럼, 자살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한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p.73)


"상처가 고통스러운 것은 그 깊이와 크기보다는 그것의 오래됨 탓이다" (p.184)


"농부들의 일반적인 인상, 그들은 농업속으로 피신하여 목숨을 지켜온 귀족들이다. 농업 속에서 자신의 일을 아주 현명하고 겸손하게 배치하고 자신을 빈틈없이 전체 속에 끼워넣어 축복받은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들은 그 어떤 동요나 뱃멀미로부터도 지켜왔다. 진정한 대지의 시민들" (p.196)

카프카 - 10점
클라우스 바겐바하 지음, 전영애 옮김/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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