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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포트킨, 만물은 서로 돕는다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5.11.3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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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크로포트킨/김영범 역, 『만물은 서로 돕는다』, 르네상스. 2005.


공산주의적(사회적) 아나키즘을 주창한 대표적 러시아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이 치밀하게 기술되어 있는 자연과학 서적이자 사회과학 서적!


처음 책장을 펼칠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사회과학 서적이라고 하기에 내용이 너무나 자연과학적이고, 생물학 서적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로포트킨은 애당초 지질학에 정통한 과학자였다는 사실을 간과한 내 잘못이다. 생물학적인 차원에서의 진화와 인류학적인 차원에서 진보는 결국 상호부조라는 명백하고 지극히 상식적인 원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역사적, 정치적, 인류학적, 사회학적, 생물학적(동물학적)으로 무수하게 많은 증거를 통한, 귀납적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정치사회학에 악용한 홉스, 스펜서류 제국주의자들의 음흉하고 비과학적 몰상식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자연 순리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호투쟁이라는 상극의 원리는 자연계에서 극히 일부분의 종족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며 상호부조에 기반하지 않은 조직이나 군집은 오히려 멸종하거나 도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첨단과학에서 첨단이라는 말은 더이상 진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끝에 왔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연구대상인 인간 사회는 아직도 진보할 여지를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 진보란 같은 종족인 인간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과 전쟁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써먹는 상생, 즉 상호부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인식할 때 인류는 유토피아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인상깊은 구절


동물계가 속한 아주 넓은 부문에서 상호부조는 곧 규칙이다. (p.35)


모든 해방의 과정은 드러나지 않게 공동의 대의에 바쳐진 헌신적 행위를 통해 추진되었고 평민 출신의 사람들이나 이름조차 역사에 남아있지 않은 무명의 영웅들이 이루어낸 것이었다. (p.207)


만인에 대한 개개인의 투쟁이라는 이론은 과학이란 이름으로 제시되었지만 절대로 과학이 아니다. (p.305)


중앙집권국가의 파괴적인 권력은 고상한 철학자나 사회학자들이 과학의 속성으로 치장해서 만들어낸 상호증오와 무자비한 투쟁이라는 학설로 인간의 지성과 감성에 깊이 박혀있는 연대의식을 제거할 수는 없다. 모든 인간의 연대감이란 앞선 진화과정 속에서 자라난 것이기 때문이다. (p.338)


생존경쟁이란 다윈의 주장대로 넓은 의미에서 단순히 생존수단을 얻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이 종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모든 자연조건에 맞선 투쟁을 말한다. (p.342)

만물은 서로 돕는다 - 10점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지음, 김영범 옮김/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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