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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서

My Text/Essay

by 아나키안 2005.11.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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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서>>
<부제: 청마에게>

내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했으나
세상이 독한 나를 구하지 못하고
나는 삶의 애증을 기꺼이 짐질 수 있으나
세상이 병든 닭새끼마냥 생명이 부대낄 때
나는 남도 지리산으로 가자
칼날보다 예리한 삭풍이 정수리를 가르고
일체가 눈보라에 잠기는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백색 암흑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광활한 설야의 끝.
그 냉염(冷艶)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능을 다시 느끼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설곡(雪谷)에 회한없는 백골을 묻으리라.

(옛 원고/습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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