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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프랑크의 '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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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05.11.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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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프랑크, '보엠', 이끌리오, 2000.


20세기 초반 현대 예술의 발상지가 유럽 특히 프랑스 파리라는 것에 딴지를 걸 똘아이는 단연코 없을 것이다. 자유롭다 못해 방탕하기까지 한 셀 수 없는 보헤미안들의 작태를 돌이켜 볼 때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21세기 초반 프랑스 파리는 너무나 파시적이다. 보헤미안의 방랑자 생활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보엠'은 안정되고 풍족한 일상을 굽이쳐 흐르는 세느강에 집어던진 파리의 예술가들을 상징한다.


몽마르트르와 몽파르나스에서 쉼없이 넘쳐나는 아우라와 아우성은 보는 이, 듣는 이에게 예술적 현기증을 안겨준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이나 교양과목에 심심찮게 나오던 고상한 예술가들이 사실은 지극히 괴퍅한 말썽꾼에다 추잡한(!) 일상을 영위했다는 역사적 통찰(?)은 예술과 삶을 한 줌도 안되는 법, 도덕이라는 제도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는 반(反) 전체주의적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피카소·블라맹크·마티스·아폴리네르·모딜리아니·콕토·브라크·수틴·브르통...등등 이름만 들어도 대충 알만한 예술가들의 삶은 위인전에 나오는 것처럼 결코 영웅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심지어 아름답지도 않았다. 마약, 섹스, 동성애, 빈곤, 알코올 중독, 상처(트라우마), 박탈감, 자살...등으로 허덕이던 그들이 현대 미학의 수많은 유파(후기 인상파, 상징주의, 입체파, 야수파, 다다이즘, 초현실주의..등등)를 탄생케 했다.


가난으로 조각을 하지 못해 우울했던 모딜리아니, 사랑하면서도 언제나 사랑에 목말라한 파생, 피카소와 함게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어처구니 없는 천재 시인 아폴리네르, 불쾌하고 화나면 아무데나 총기를 난사하는 알프레드 자리...


천편일률적이고 지극히 파시적인 정치, 사회, 문화예술의 흐름 속에서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발버둥친 괴짜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추앙(?)받는 유럽의 현대 예술이 존재했을지도...


-인상깊은 구절-


"난 어디에도 머물지 않아, 그저 캄캄한 밤 속을 거닐 뿐이네" -폴 베를렌- (p.19)


시인은 화가를 노래했고, 화가는 시인을 그렸다 (p.73)


"나는 감각적이고 생기 넘치며 해방된 한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이처럼 낡은 규약을 파괴하고 거부하려는 내 의지를 충족시켰다" -블라맹크- (p.136)


"마티스의 색채, 피카소의 형태...두 가지 주된 경향, 한가지 원대한 목표!" -바실리 칸딘스키- (p.174)


"사람들은 내게 외관을 그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 그 자체이다" -브라크- (p.249)


"나는 더이상 태양이 필요치 않다. 내 빛을 내가 함께 지니고 다니니까" -브라크 (p.250)


"현대적 개념에서 순수예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객체와 주체, 예술가 바깥의 세계와 예술가 자신을 동시에 포함하는 암시적 마술을 창조하는 일이다" -보들레르- (p.253)


금지되고 추방당한 이미지를 불러내 하얀 종이 위에 옮기려 했다. (2권 p.12)


파리는 모든 사람과 사상과 영혼과 창조행위가 모여드는 곳이었다. (2권 p.12)


"신은 영에서 무한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하고 사람들은 말한다" -알프레드 자리- (2권 p.13)


그는 아카데미의 융단 위에 앉은 고상한 궁둥이보다는 자유로운 무정부주의자로서 공격의 창을 들이대는 사람이었다. (2권 p.29)


샤임 수틴, 그는 반 고흐보다 더 난폭했고 블라맹크보다 더 야수적이었다. (2권 p.46)


모딜리아니는 아무 사람 앞에 앉아 예의 그 길고 가느다란 손으로 신경질적으로 잔과 접시를 밀쳐버린 후 주머니에서 화첩과 연필을 꺼냈다. 그리고 흥얼거리며 맞은편 사람의 허락도 없이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3분정도만에 쓱싹 그림을 끝마치고 서명을 한 다음 종이를 쭉 찢어내며 모델에게 멋지게 내밀었다. "베르무트 한잔이면 이건 당신거여" 그는 그렇게 해서 술을 마시고 밥을 먹었다. (2권 p.47)


"전쟁이란 야만적인 상태로의 합법적 회귀이다" -폴 레오토- (2권 p.119)


도덕은 인간을 위축시킨다. (2권 p.151)


"내 양심은 지저분한 속옷이다. 그리고 내일이 그것을 빠는 날이다" -막스 자코브- (2권 p.175)


"나는 돈이 많은 가난한 사람처럼 살고 싶다" -파블로 피카소- (3권 p.27)


"나는 사법제도에 대해 어떤 신뢰도 갖고 있지 않다. 설령 그것이 다다에 의해 만들어진 정의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의장님도 아마 다음과 같은 나의 견해에 동조하실텐데, 그것은 우리가 다 개새끼들의 무리에 불과하며 따라서 좀 나은 개새끼와 못한 개새끼의 차이와 같은 사소한 분별은 아무런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트리스탄 차라- (3권 p.42)


그(쥘 파생)는 알코올 중독자, 파티꾼에다 흥분 잘하는 간통인이었다. 동시에 뿌리뽑힌 무국적자, 코스모폴리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와 같은 방종의 거울 뒤에는 내향적이고 근심스러운, 그리고 사랑의 고통으로 초췌해진 한 남자가 숨어 있었다. (3권 p.117)


"사랑의 보트는 흐르는 인생에 부딪쳐 부서졌다" -마야코프스키- (3권 p.212)


보엠 2 - 8점
단 프랑크 지음, 박철화 옮김/이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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