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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민운동의 바이블,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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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01.0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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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사울 D. 알린스키, 박순성/박지우 옮김, 아르케, 2008.

 

미국의 시민운동사에서 결코 빠트릴 수 없는 조직운동가 ‘사울 알린스키’(Saul D. Alinsky, 1909~1972)가 쓴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Rules for Radicals)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시민운동, 특히 지역공동체운동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흔히들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도 알린스키로부터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되고 있다. 물론 이들 정치인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그의 사상을 구현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알린스키는 책 서두에서 운동가들이 ‘교조주의’라는 늪에 빠지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순결주의, 박제화된 이데올로기에만 매몰된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스템 속에서 유연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 유연성은 목적을 위한 ‘수단’의 선택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수단과 목적의 윤리에 대한 논쟁과 관련해, “수단-목적 도덕론자들이나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고 목적에 이른다”고 비꼬았다. “그 어떤 수단보다도 가장 비윤리적인 것은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것.

 

지역공동체 조직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가(활동가)들의 덕목과 관련해 “호기심, 불경, 상상력, 유머감각, 독단적 교리에 대한 불신, 체계화된 자기자신, 인간행위의 많은 부분의 부조리에 대한 이해 등을 가지고 있는 조직가는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유연한 인물이 된다. 그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부서지고 마는 경직된 구조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는 어떤 이데올로기나 만병통치약 같은 보호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생은 불확실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고, 인생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이다. 지도자는 스스로 권력을 원한다. 조직가의 목표는 다른 사람이 사용할 권력을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란 말이 약방의 감초로 사용되고 있다. 알린스키는 “협상에서처럼 설득을 위한 소통은 다른 사람의 개인 경험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상대방의 중요 가치나 목표를 알아내고 당신의 행동 방침을 바로 그 표적에 맞추는 것이다.”고 설명한다. 한국사회 대다수 지도자들이 일반 시민들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오직 그들만의 세계에서 부르짖는 소통은 공허한 메아리로 다가올 뿐이다.

 

요즘 사회적기업과 더불어 협동조합, 마을만들기, 지역활성화사업 등 다양한 용어의 공공사업들이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단체 및 기업 등에서 기획/추진되고 있다. 지역공동체운동의 선구자답게 알린스키는 지역공동체 운동의 본질을 지적한다. “지역공동체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당신은 매우 이동성이 강하고 도시화된 사회에서 ‘지역공동체’라는 단어가 물리적 공동체가 아니라 이익의 공동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예외가 있다면, 인종차별의 결과로 이익의 공동체와 일치하는 물리적 공동체가 만들어진 경우인 소수민족 빈민가들, 또는 정치운동 기간 동안 지리적 경계에 기초를 두고 형성된 선거구들이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동체운동 형태의 상당수 사회적기업들과 마을만들기 및 지역활성화 사업들이 과연 누구의 배를 불리는 사업인지 구조적으로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말이다.

 

어쩌면 역사는 힘(Power)의 이동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칼과 총이, 지금은 자본이 그 주인공이다. “권력은 힘(strength)을 의미하고, 반면 사랑(Love)은 사람이 믿지 않는 인간의 허약함이다. 권력과 공포가 믿음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인생사의 슬픈 현실이다.” 그러한 힘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효과적인 전술은 필수. 전술과 관련해 그는 “당신이 가진 것으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무산자의 자원은 결코 돈이 아니며, 수많은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거대 자본, 지배권력과의 대결이라는 거창한 스케일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마을공동체 운동에서도 궁극의 재산은 바로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들이 모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전술이 아닐까.

 

알린스키는 “권력은 음식물처럼 냉동되어 보관될 수 없다. 권력은 계속 성장하거나 소멸한다.”, “지금은 아름다운 신세계가 밝아오기 전의 어둠이다”라고 강조한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나 자신을바꿔야 되지 않을까...나를 바꾸지 않으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 8점
S.D.알린스키 지음, 박순성 외 옮김/아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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