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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더빌은 진정 Man-Devil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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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01.0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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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우화(The Fable of the Bees)-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 지음, 최윤재 옮김, 문예출판사, 2011.

 

아담 스미스의 재발견, '꿀벌의 우화'


‘꿀벌의 우화’라고 하니 이솝 우화처럼 뭔가 교훈적이고 상징적인 풍자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큰 착오.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금의 헤게모니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근원을 제공한 당사자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가 아니라 네덜란드 출신의 의사,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 1670~1733)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맨더빌의 저서를 한글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맨더빌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드물고, 현대 영어가 아닌 300백년 전에 쓰던 언어로 출판된 책을 우리말로 번역하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부제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private vices, public benefits)은 맨더빌의 생각을 압축하고 있다. 개인의 ‘악덕’(욕심, 사치 등 각종 이기심) 때문에 오히려 국가 전체가 잘 살게 되고 도덕, 종교적 가르침 등 ‘미덕’만을 갖게 된다면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맨더빌의 주장은 중세 기독교 철학이 지배하던 당시 유럽사회에 쇼킹 그 자체로 다가왔을 것이다. 당시 맨더빌을 인간 악마(Man-Devil)로 바꿔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학에서 '사회계약론'이라는 근대 정치사상 발전에 가교역할을 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유명한 토마스 홉스(1588~1679)가 있다면, 경제학에서는 '자본주의'의 사상적 뿌리를 제공한 맨더빌이 있는 듯하다. 시대는 조금 다르지만 두 사람이 바라보는 인성론(인간의 본성)이 이른바 ‘성악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하다. 특히, 중국의 한비자도 연구한 바 있는 역자(최윤재 교수, ‘한비자가 나라를 살린다’)는 흥미롭게도 맨더빌과 법가사상을 비교하기도 한다.

 

미덕이라는 빛좋은 허울로 위장한 인간사회를 한 꺼풀 벗겨내 분석하면, 국가라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기심)에 맞는 제도를 잘 만들어야 발전한다. 또한, 그러한 제도적 ‘조율’은 결국 ‘솜씨 좋은 정치인’이 해야 된다는 맨더빌의 사상은 ‘보이지 않는 시장’에 무조건 맡겨야 된다는 '자유방임주의'와 확연히 다르며, 오히려 상업, 무역 등이 발전하도록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중상주의'에 가깝게 보인다.

 

노동자 임금이 낮아야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이기며, 임금이 높으면 노동자는 게을러져 일을 하지 않는다. 이른바 낙수 효과 측면에서 ‘절약’보다는 소수계층(부자들)의 독과점과 '사치' 행위가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되며, 노동계층에 대한 고등교육은 결국 사회에 불평만 늘어놓기 때문에 도움이 안된다는 맨더빌의 주장은 사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은 물론 ‘국부론’과도 전혀 다른 의견이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기업가가 아니라 소비자와 노동자가 잘 살아야 부국이라고 했고, 높은 임금보다는 (기업가의) 높은 이윤이 문제며, 높은 임금은 노동자를 더 부지런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최윤재 교수가 번역한 꿀벌의 우화를 읽다 보면 현대에 아담 스미스의 철학이 상당 부분 왜곡돼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도 맨더빌의 사상은 오히려 스미스의 사상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맨더빌의 사상적 의미는 사회구조를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를 정직하게 표현했다는 리얼리즘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역자의 말처럼 그에게 차가운 머리는 있었으나 뜨거운 가슴은 부족한 듯싶다. 최 교수는 “맨더빌을 따라 돈 벌 욕심을 받아들이되, 나 돈 벌자고 남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짓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이고, 그런 짓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칸트의 도덕원칙이다. 공정한 사회는 그 위에 세워진다”고 역설했다. 

 

<인상 깊은 구절>

 

그러므로 규제가 노동자에게 유리한 것이라면 그것은 언제나 올바르고 공평하다. 그러나 기업가에게 유리할 때에는 종종 그렇지 못하다.<국부론에서> (해제/56페이지)

 

무한경쟁으로 맞붙어 약한 자는 죽어나가고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것이 곧 완전경쟁시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대기업만 살아 남는 것을 바로 ‘독점’이라 부르며, 그 과정에서 경쟁은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어진다. 그렇게 되는 것을 스미스는 가장 걱정했다.(해제/58페이지)

 

우리 조상들이 게을렀던 것은 부지런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였다. 속담에 따르면 받는 것 없이 일하기 보다는 받는 것 없이 노는 게 낫다고 하였다. <국부론에서> (해제/65페이지)

 

이처럼 도덕이란 사람들을 다루기 쉽게 바꾸어 쓸모 있게 만들고자 솜씨 좋은 정치인들이 꺼내 들면서 비롯된 것이며, 야심가에게 더 큰 이득이 돌아가도록,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쉽고 확실하게 다스릴 수 있도록 꾸며낸 것이다. (본문 ‘미덕은 어디에서 왔는가’ 131페이지)

 

덕행(자선행위)은 그에 따른 만족감으로 보상받으며, 그 만족감은 자기의 값어치를 깊이 생각할 때 스스로 느끼는 어떤 기쁨이라는 것이다. 이 기쁨은, 기쁨의 원인과 더불어, 뽐내는 마음의 분명한 징표이나, 코앞에 위험이 닥쳤을 때 창백해지고 떨리는 것이 두려움의 징표인 것과 다를 바 없다.(본문 ‘미덕은 어디에서 왔는가’ 139~140페이지)

 

개인의 악덕은, 솜씨 좋은 정치인이 잘 다룬다면, 사회의 이득이 될 수 있다. (본문 '사회의 본질을찾아서' 264페이지)


꿀벌의 우화 - 10점
버나드 맨더빌 지음, 최윤재 옮김/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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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17 18:22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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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17 18:32 신고
      넵! 감사합니다. 빈약한 서평에 연속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영광스럽고 뻘줌하네요 ^^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의 감동적인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그동안 파란닷컴 블로그가 망(?)하고나서 티스토리로 데이터를 옮긴 이후 블로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젠부턴 열심히 포스팅 할 동기부여를 해주시는군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