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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녹색서적, ‘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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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01.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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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Walden), 헨리 데이빗 소로우/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2011.

 

천혜의 아카데미 ‘월든 호수’에서 배우는 위대한 가르침

 

소로우의 ‘월든’(Walden)을 읽다 보면 어릴 적 살았던 시골풍경이 새록새록 스친다. 마을을 아늑히 품으며 영산강으로 흘러 나가는 시냇물, 그 어귀에서 펼쳐졌던 아기자기한 표정들이 아련하다. 그 동안 읽어온 인문사회과학 서적들 중에서 강한 여운을 주는 책들이 많이 있었지만, 월든 만큼 깊은 감명을 주는 책은 흔치 않았던 것 같다.

 

처음 월든을 접했을 때는 도시생활과 세속적인 성공에 환멸을 느낀 어느 용감한 청년이 고향 숲 속으로 돌아와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들러주는 귀향 또는 귀농일기쯤으로 생각했다. 물론 숲 속에서 원시생활을 하며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적응해가는 모습도 그려져 있지만, 남북전쟁(1861년)이 발발하기 전의 미국 산업사회를 바라보는 그만의 통찰력과 자연-인간사회에 대한 깊은 철학이 담겨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역자(강승영)의 평가처럼 월든은 인류최초의 ‘녹색서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산업문명에 의해 파헤쳐지는, 자연훼손에 대한 통탄과 함께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치밀한 묘사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지역에 자리잡은 ‘월든 호수’는 수수한 생활을 영위하는 소로우의 지성을 더욱 탄탄하게 함은 물론 영혼까지 맑게 씻겨주는 천혜의 아카데미였던 것 같다.

 

소로우가 당시 콩코드 지역에 사는 주민들, 특히 농부들의 고통스런 삶을 설명하며 대안으로 제시한 자연과 함께 하는 소박한 삶의 철학은 매일 열심히 노동하지만 가난과 빚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통렬한 성찰을 요구한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의 노예감독 밑에서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북부의 노예감독(공장주) 밑에서 일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러나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이 당신 자신의 노예감독일 때이다”(본문15페이지)

 

그는 특히, 집(주택)에 대한 집착에 대해 매몰차게 비판한다. “미개인들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있는 반면에, 문명인들은 자기 집을 소유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세 들어 사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빌려 사는 형편마저 세월이 지난다고 해서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만약 문명이 인간 상황의 진정한 발전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문명은 비용을 더 들이지 않고 보다 훌륭한 주택을 마련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48페이지)

 

소로우는 사람들이 문명사회라는 허위 속에서 세속적인 부와 명성을 쌓기에 바빠 자유로운 삶과 자연이 주는, 천상의 즐거움을 포기했다고 호통친다. “세상에는 신기한 일이 끝없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지루함을 견뎌내고 있다”(475페이지) 심지어 소로우는 농사일(농업)도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주범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농부의 관심은 오직 눈앞의 이익과 때려먹는 잔치에만 있다. 그는 농업의 여신이나 대지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고 지옥의 황금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있다.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그리고 토지를 재산으로 보거나 재산 획득의 주요 수단으로 보는 누구나 벗어나지 못한 천한 습성 때문에 자연의 경관은 불구가 되고 농사일은 품위를 잃었으며, 농부는 그 누구보다도 비천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237페이지)

 

월든을 읽다 보면 가끔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연상되기도 한다. “나는 한때 책상 위에 귀한 석회석 세 조각을 놓아두고 있었는데, 매일 한 번씩 이것들의 먼지를 털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기겁을 했다. 내 마음 속에 있는 가구의 먼지도 아직 다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나는 싫은 생각이 들어 이 돌들을 창 밖으로 내동댕이쳐버렸다”(55페이지) 이 구절은 불필요한 소유가 집착을 낳고 그 집착이 존재를 불행하게 한다는 점에서 무소유에서 나오는 ‘난초’ 구절과 매우 흡사하다. 공자 사상은 물론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 등 동양 고전에도 상당히 박식했던 소로우가 무소유의 행복을 성찰하지 못했을 리 만무하다.

 

소로우는 독자들에게 진실로 꿈꾸는 삶의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라고 주문한다. “나는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갈 것이지, 결코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이웃의 길을 가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102페이지) “,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까지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466페이지)

 

역자의 말처럼 소로우가 위대한 이유는 그가 19세기에 살았지만 자신의 세기를 뛰어넘어 미래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꿈꾸는 사회는 모두가 함께 공동사에 참여하고 즐기며 서로 돌보는 작은 공동체인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독서와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매우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귀족들 대신에 보통 사람들로 구성된 고귀한 마을을 건설하자. 필요하다면 강에 다리 하나를 덜 놓고, 그래서 조금 돌아서 가는 일이 있더라도 그 비용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보다 어두운 무지의 심연 위에 구름다리 하나라도 놓도록 하자”(159페이지)

 

한 줌도 안 되는 산업사회의 빛은 차라리 어둠에 불과하다. 진정한 광명은 우리 스스로를 인습과 고정관념에서 해방시키고 참다운 인간의 길, 자유로운 인간의 길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때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눈을 감기는 빛은 우리에겐 어두움에 불과하다. 우리가 깨어 기다리는 날만이 동이 트는 것이다. 동이 틀 날은 또 있다. 태양은 단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477페이지)


월든 - 10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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