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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 폭력에 대한 색다른 접근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1.1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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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2005, A History of Violence)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독특한 시선을 가진 감독이라는 평가, 연기파 배우들과 베테랑 스탭, 그리고 거창한 제목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다소 불만족이다. 작가주의와 상업주의의 교묘한 조합을 시도했지만,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꼬리털만 살짝 만진 느낌이라고 하면 지나친 저평가인가? 폭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그 접근 방법이 상투적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실망스럽다.

 

시골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톰(배우: 비고 모르텐슨)은 애처가이자 두 아이의 자상한 아빠. 어느 날 가게에 들어 닥친 흉악한 강도 두 명을 일거에 해치우게 되는데, 주변의 칭송과 박수에도 불구하고 톰은 어쩐지 불안한 기색을 보인다. 이를 확인이라도 하듯 며칠 되지 않아 도시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포가티(배우: 에드 해리스)란 이름의 두목과 졸개들이 찾아와 그를 협박한다.

 

포가티의 주장에 따르면, 톰의 원래 이름은 필라델피아에서 살았던조이이며, 자신의 왼쪽 눈을 엉망으로 만든 악명 높은 킬러라는 것. 톰은 끊임없이 자신과 가족들을 괴롭히는 포가티 일행마저 집 앞에서 죽이지만, 가족들은 그의 정체를 알게 되고 설상가상 도시에서 갱단을 이끌고 있는 친형 리치(배우: 윌리엄 허트)로부터 연락이 온다.

 

‘폭력의 역사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폭력은 파편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악순환을 거듭하는 지속성과 연결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평범하게 살고자 신분을 위장하고 조그마한 시골에 정착했지만 톰의 몸 속에 베인 폭력의 기질은 결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특히 가게에 침입한 강도를 제거한 사건 직후, 그의 아들 잭(배우: 애쉬튼 홈즈)이 자신을 줄기차게 괴롭히던 동급생들을 평소와 달리 대범하게 후려갈기는 모습은 폭력이 주변인에게도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아내 에디는(배우: 마리아 벨로)는 그 동안 과거를 숨기며 가족을 속였다는 배신감에 몸서리 치며 톰과 심각한 갈등을 벌인다. 하지만 톰과 에디가 서로 치고 때리는 물리적 폭력 와중에도 격렬히 섹스를 하는 묘사는 폭력 역시 인간의 숨길 수 없는 본능의 표출로 볼 수 있다는 상징 같기도 하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친형마저 사살하고 집으로 귀환한 톰이 가족들의 저녁식탁에 조용히 앉으며 아내 에디와 눈을 맞춘 채로 영화는 끝난다. 그 어떠한 설명으로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지만 인간이 과연 예기치 않은 수많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폭력으로부터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폭력에 대한 폭력의 권리는 어느 선까지 합당한가?

 

폭력에 대항하는 또 다른 폭력, 도미노처럼 전이되는 폭력의 파급 효과이젠폭력의 역사가 아니라폭력학 개론이 공식적으로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 개론서에는 아마도 폭력의 중독성, 전염성, 본능성이 반드시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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