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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뻔한 판타지인가, 새로운 도전인가?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1.3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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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왕국 (Frozen, 2013)

- 감독: 크리스 벅(Chris Buck), 제니퍼 리(Jennifer Lee)


언제나 그렇듯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화려한 테크놀로지, 여운이 남는 OST, 독특한 캐릭터 등을 통해 강렬한 임팩트를 몰고 온다. 언급할 거리들이 많은 만큼 작품에 대한 해석도 천양지차, 천차만별인 듯 하다.


어김없이 삽입되는 뮤지컬 사운드를 배경으로 이뤄지는 상투적인 로맨스,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해 대리만족 시키는 캐릭터와 뻔한 해피엔딩 등...

 

이에 반해, 남성과 여성의 전형적인 역할에 대한 반전을 노렸다는 점, 시혜적인 사랑(왕자의 키스)을 통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여성들의 주체적인 노력으로 운명을 극복했다는 측면에서 ‘겨울왕국’이 디즈니가 처음으로 제대로 제작한 페미니즘 작품이라고 추켜세우는 비평가들도 있다.

 

꿈보다 해몽,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지만 솔직히 겨울왕국에서 <뮬란> 만큼의 변혁적인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변치 않는 여성들의 로망을 조몰락거리며 전개되는 뻔한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얼어 붙게 하는 저주받은 능력을 가진 ‘엘사’ 공주(여왕)가 본인의 운명을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동생, ‘한나’ 공주의 희생 정신(자매애) 덕분이지, 주체적이고 긍정적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부정적 현실을 타파했다고 보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백설공주처럼 왕자님의 진실한 키스가 저주를 푸는 대신, 즉 이성 간의 사랑이 자매 간의 희생정신(자매애)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그 자매애 자체를 페미니즘적 견지에서, 또는 성(gender) 정치학의 전략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본다.

 

희생정신으로 말할 것 같으면 모성애, 부성애, 자매애, 형제애 등의 지극히 가족적인 정서 외에도 전우애, 동료애,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위한 혁명가의 숭고한 희생까지 무지 많다.

 

겨울왕국에서 표출된 자매애를 여성들의 주체적인 연대의식이라는 상징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가부장적 시스템에 기반한 전형적인 가족주의의 변형으로 볼 것인지는 각자 판단의 몫이다.

 

굳이 운명 개척론 관점에서 보자면, 겨울왕국의 원작인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눈의 여왕’(The Snow Queen)에서 사라져버린 소년 ‘카이’를 찾기 위해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소녀 ‘게르다’가 더 페미니즘적이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게르다는 그것이 운명적으로 오길 기다리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에서도 비슷했지만 <겨울왕국>의 하이라이트는 엘사의 주제곡(‘Let it go’, 노래: Idina Menzel)이 눈덮인 겨울 산에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뮤지컬 장면이다. 요컨대, 겨울왕국의 최대 성과는 한 편의 세련된 뮤직 비디오로 상업적 대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아닐까.

 

※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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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왕국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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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2.02 12:05 신고
    극장에서 봤는데 생각보다 어른들도 많이 보러와서 신기하더군요. ㅎ 스토리의 부실함을 멋진 OST로 극복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 ㅎㅎ

    늦었지만 아나키안님 새해 인사 드리고 갑니다 ^^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