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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추억, ‘액트 오브 킬링’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2.02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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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액트 오브 킬링(The Act of Killing, 2013,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감독 : 조슈아 오펜하이머(Joshua Oppenheimer), 크리스틴 신(Christine Cynn)

 

자기기만으로 범죄는 영웅담으로 탈바꿈한다

 

1965년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던 대학살 사건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이 직접 출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 영화는 충격적이다.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1965 9월 인도네시아 공산당(PKI)은 위험한 정치적 도박, 쿠데타를 일으킨다. 군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벌인 공산당의 모험은 오히려 군부가 주도하는 대학살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인도네시아 군부가 수행한 진압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옥이나 수용소에 끌려가거나 학살당했고, 특히 북 수마트라 지역은 학살로 인해 피 냄새가 진동하고 시체가 하천에 넘쳐났다고 한다. 잔혹한 학살 이후 육군 전략사령관이었던 수하르토가 권력을 잡고 32년간의 장기집권에 들어간다.

 

영화는 바로 이 시기 북 수마트라 지역에서 집단 학살을 주도한 갱스터 출신, 암살단원들이 직접 출연해 당시 학살과정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안와르 콩고라는 암살단 행동대장과 동료들은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같은 장소에서 벌인 학살장면과 고문 행위를 시연한다. 이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을 엑스트라로 이용하기도 하고, 암살단원들끼리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서로 바꿔가며 연기하기도 한다.

 

영화의 반전은 자유를 위해 공산당원들을 죽여야만 했다며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던 안와르가 후반으로 갈수록, 특히 본인이 고문을 당하는 피해자로 연기를 하면서 의기소침해지고 급기야 온 몸을 휘감는 공포에 질식할 것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는 점이다. 초반에 보여줬던 학살 현장으로 다시 간 안와르는 왜 그들을 죽였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양심에 따라 행동…”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극심한 구역질을 한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학살자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회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의 행동이 양심에 따른 자기희생이 아니라 고문으로 인격을 파괴하고 소중한 생명들을 잔혹하게 앗아간 범죄였다는 사실을 회상과 솔직한 대담, 상황극 등을 통해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사실, 영화의 진정한 화두는 학살자들의 진실한 양심 고백이나 뉘우침이 아니라 권력의 자기기만이 아닐까?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그들이 자랑스럽게 떠드는 고백록은 정치적 명분으로 위장한 영웅담으로 탈바꿈되고, 끊임없는 자기기만은 양심을 팔아 얻은 돈과 권력을 은밀히 감춘다


스스로를 속임으로써 깊은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심지어 그것(the act of killing)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운 애국이었다는 정치적인 자기합리화는 독재자와 전쟁범죄자는 물론 냉전주의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속성이다.

 

인상깊은 대사

 

사실 의회는 한 사회에서 가장 고귀한 장소여야 하죠. 하지만 거기서 실제 벌어지는 일을 보고 있노라면, 그 놈들은 넥타이만 맸지 그냥 도둑놈들일 뿐이에요


※관련글: 2014/01/10 - [My Text/Cine] - Die Welle, 독재 망령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The Act of Killing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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