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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영원한 보헤미안, 캡틴 하록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2. 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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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캡틴 하록(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Harlock : Space Pirate, 2013, 일본)

감독 : 아라마키 신지 (Shinji Aramaki)


30~40대 어른이 돼버린 우리들에게 던지는 잠언


우주를 영원히 떠도는 보헤미안, 불멸의 우주 해적 하록 선장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3D 영상으로 다시 나타난 캡틴 하록은 상상력의 빈곤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아바타>와도 비견되는 압도적인 영상을 보여줘 솔직히 몹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겉은 번지르하나 날림공사로 속은 무실하기 짝이 없는 건물처럼 기존 3D 애니메이션의 허점은 스토리의 탄탄함과는 관계없이 영상 미학의 불성실함, 특히 캐릭터들의 연기가 너무 기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면이 많았다는 점일 것이다. 총 3천 만 달러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보다는 5년이라는 제작기간 동안 일본 최고의 테크니션들이 대거 투입됐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반증하는 듯 하다. 


기발한 스토리텔링으로 독특한 세계관을 작품에 투영시켰던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우주전함 야마토>, <은하철도 999>, 1978년 TV시리즈로 처음 탄생한 <우주해적 캡틴 하록>, <천년여왕> 등은 관련 캐릭터들이 크로스오버 되는 경우가 많고 스토리 전개에서도 밀접한 상호 연결성을 갖고 있다. 


마츠모토 레이지 작품의 특징은 아마도 ‘전쟁과 죽음’ 그리고 ‘부활’, 광활한 우주의 ‘무한’과 대비되는 ‘존재의 유한성’이 극단적인 대결구도로 그려진다는 것이 아닐까. 작가의 실존주의적 철학은 <은하철도 999>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기계인간이 되고자 하는 ‘철이’(호시노 데츠로)의 욕망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의 유한함으로 회귀하는 부분에서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작품마다 암울하고 무거운 주제가 마츠모토 레이지가 개발한 그로테스크 무늬로 촘촘히 짜여 있다.   



우주해적 캡틴 하록은 니체의 초인사상으로도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부패하고 게을러 빠진 지구인들과 달리 침략하는 우주인들과 외롭게 맞서는 하록과 아르카디아호(Arcadia, 고대 그리스의 이상향)의 선원들은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발현하며 어리석은 인류를 이끌어가는 초인 이미지와 같다. 하지만 니체의 초인사상이 정치적으로 악용됐듯이 <우주전함 야마토> 만큼이나 <캡틴 하록>도 일본 군국주의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하록 선장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30~40대 남성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캡틴 하록>은 기존 스토리에서 한 발 진보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우주 공간에 뿔뿔이 흩어져 살던 인류가 다시 지구로 귀환하면서 피 튀기는 거주권 전쟁(컴홈 전쟁)을 치르고, 이 과정에서 가이아 위원회라는 강력한 통치기관이 만들어진다. 위원회는 지구를 영원 불가침의 성역으로 선포하지만, 지구 수호의 충실한 전사였던 하록은 위원회를 배신하고 일급 수배자로 낙인 찍힌다. 


소수권력층에게만 지구 거주혜택을 부여하는 부조리에 분노해 지구를 파괴해버린 하록이 푸른 지구로 되돌리기 위한 기상천외한 시도, 홀로그램으로 지구의 진실을 은폐하며 이기적 환상에 빠진 최고권력 기구 가이아 위원회의 모습은 눈 여겨 볼 만한 포인트다. 하지만, 우주시간의 매듭을 풀어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하록의 과격한 시도와는 달리 지구가 자생적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꽃 한 송이로 증명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대면해야 한다고 인류를 설득하는 ‘야마’의 역할이야말로 작품의 주제를 대변하고 있다.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맞서야만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야마의 대사는 새로운 옷으로 단장한 영화 <캡틴 하록>이 어느새 30~40대 어른이 돼버린 우리에게 던지는 잠언처럼 느껴졌다. 


[캡틴 하록 예고편]


※ 인상깊은 대사


야마:

“덧없는 한 순의 목숨이지만… 반복되는 순간이 영원이 된다. 이제 환상에 매달리지 말자”

“모든 생명은 그 안에 영원을 담고 있습니다”

 

하록: 

“저주와 공포도 반복되는 순간의 하나다. 사람이 존재하는 한 캡틴 하록이라는 상징도 계속 살아 있어야 한다. 영원토록...”          


※ 캡틴 하록 홈페이지: harlock-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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