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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전쟁지역’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2.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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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쟁지역(The War Zone, 이탈리아/영국, 1999)
감독: 팀 로스(Tim Roth)

 

영화 ‘전쟁 지역’(The War Zone)은 <에드워드 2세>, <올란도>를 비롯해 <설국열차>에 이르기까지 줄곧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온 틸다 스윈톤(Tilda Swinton), 개성 강한 영국의 국민배우(?) 레이 윈스턴(Ray Winstone), <킬링 히틀러>, <인형은 울지 않는다> 등 작품성 높은 영화에 출연했던 라라 벨몬트(Lara Belmont), 스릴러 액션물 단골손님 콜린 파렐(Colin Farrell) 등이 나름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쟁지역>이라는 타이틀은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며 피 튀기는 살육현장에서나 일어날 법한 ‘비인간적인 행위(폭력)’가 영국의 조용한 시골 평범한 가정에서 암암리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지만 은폐되어 발견하기 어려운 악행은 아마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권력이 자행하는 인권유린이 아닐까.

 

<전쟁지역>은 근친상간이라는 몹시 불편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근친상간이라는 성(性)적인 시각보단 가정 내 폭력이라는 넓은 틀로 보는 것이 영화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단언컨대, 가부장적 사회에서 내세우는 첫번째 덕목은 가족공동체의 질서유지라고 생각된다. 이에 반하는 이적행위는 그 동기가 설령 정의롭더라도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마로 낙인 찍히는 마녀사냥을 당하기 십상이다. 가족공동체가 직장, 조직, 사회단체와 정당, 국가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

 

일상에서 벌어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전도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누나, 그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남동생, 미필적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방관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숨막히게 하는 요소다.

 

더구나 피해자가 오히려 추궁을 당하고, 부조리에 침묵하면서도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 진실을 드러내는 자에게 가족을 망하게 하고 있다고 호통치는 적반하장의 가해자, 무엇보다 자존감을 급격히 잃어가는 성폭력 피해자의 절망적인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종종 벌어지는 부조리 현상을 비추는 부끄러운 거울을 보는 듯 하다.

 

남동생이 오솔길을 따라 외딴 시골에 홀로 서있는 이층집 뒷문으로 들어가는 신(scene)에서부터 누나가 있는 바닷가 방공호 문을 닫아버리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영화에서 화창한 날씨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줄곧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등장 인물들은 항상 비에 젖은 듯한 후줄근한 이미지다. 색 온도가 높은 푸른색 계열의 빛을 활용한 필름사진처럼 스크린은 줄곧 차가운 블루와 그레이톤로 꽉 차 있어 분위기는 한층 어둡고 우울해 보인다. 공기 맑고 경치 좋은 영국 바닷가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인위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공동체를 주도하는 권력 기반이 정치든 종교든, 또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가부장적인 봉건질서 시스템이 현재까지 질긴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직도 구태의연한 삼강오륜을 강조하는 지도층들과 여성인권, 동성애, 낙태 등에 대해 여전히 중세적 교리를 내세우는 종교들,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보다는 강자에게 너그러운 법과 제도 앞에서 건전한 공동체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The War Zone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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