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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정신의 위대한 여정… '랜드 앤 프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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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 2. 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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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랜드 앤 프리덤 (Land And Freedom, 1995, 스페인/영국/독일)
감독: 켄 로치(Ken Loach, 영국)

 

스페인 내전의 숨은 영웅들과 위대한 정신을 발견하다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은 뼛속까지 좌파인 감독, 일관된 신념으로 꾸준히 행동하는 예술가 ‘켄 로치’의 성향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후, 1936~1939년의 스페인 내전을 다룬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랜드 앤 프리덤>은 최근에 읽은 책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과도 유사한 감동을 선사했다.

 

영국 리버풀의 허름한 주택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노인이 응급후송 도중 앰뷸런스에서 사망한다. 임종을 지켜봤던 손녀(Suzanne Maddock)는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도중 스페인 내전과 관련된 잡다한 스크랩 자료들과 편지뭉치, 붉은 스카프로 담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래된 흙 등을 발견한다. 영화는 이를 모티브로 스페인내전 당시 민병대 활동을 했던 할아버지의 과거 행적을 보여주는 플래시백으로 전개된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좌파 인민전선 정부에 반란을 일으킨 파시스트 프랑코파에 대항하자며 유럽 노동자들의 참전을 독려하는 스페인 시민군의 연설을 들은 영국 공산당원, ‘데이빗’(Ian Hart, 할아버지 젊은 시절)은 애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스페인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스페인노동자당(POUM) 민병대 활동을 하며 깊은 동료애를 키우며 자신의 신념을 더욱 확고히 다지는 데이빗은 ‘블랑카’(Rosana Pastor)라는 아나키스트 기질이 다분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 중반부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파시스트가 장악한 마을을 탈환하고 난 후, 민병대원들이 관객으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마을 운영 방침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었다. 모든 토지를 집단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과 땀 흘러 얻은 개인 재산은 존중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토론을 진행하는 주민이 민병대원에게 의견을 구하자 “당신들 마을이니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결국 모든 주민들이 동참해 다수결로 최종안을 확정 짓는 모습은 자유로운 연대 속에 스스로 참여하는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징하는 듯 했다.
 
민중과 혁명을 배반한 붉은 파시즘

 

빈약한 무기와 위계 없는 비군대식 조직으로도 민중의 지지 속에서 상당한 전적을 올리고 있던 POUM 민병대는 소련(스탈린)의 지원을 받는 국제여단으로 편입되어야 한다는 발렌시아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며 외로운 전투를 펼치지만, 영국 공산당원이었던 데이빗은 ‘스탈린은 혁명을 배신했고, 사회적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는 블랑카와 크게 싸우며 국제여단으로 들어간다.

 

히틀러와 비밀리에 불가침 조약을 맺은 스탈린의 반혁명적인 작태, 독일의 잔인한 게르니카 폭격, 소비에트 지시를 받는 국제여단으로부터 동지들이 고문당하고 처형 당하는 것을 목격한 데이빗은 공산당원증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다시 민병대로 복귀한다. 하지만 POUM민병대를 불법단체로 지정하고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온 국제여단에 민병대원들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블랑카가 총격으로 죽자 데이빗의 민병대 활동도 끝을 맺는다.

 

혁명정신을 고취하는 다양한 미장센

 

영화를 유심히 보면 다양한 프레임과 쇼트에서 영화의 주제 또는 메시지를 넌지시 보여주는 소소한 미장센(Mise-en Scene)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초반 응급대원들이 할아버지를 후송하기 위해 아파트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그려진 아나키즘 상징문양, 민족주의(Racism)에 반대하는 포스터 등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신념을 미리 보여주는 힌트다.

 

또한, 당시 실제 영상을 보여주는 초반 부분에서 내전이 아닌 ‘스페인 혁명 이야기’(A Story From the Spanish Revolution)라는 부제를 당당히 붉은 글씨체로 각인한 것은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강력한 파시즘 정권과 싸운 민병대의 역사가 단지 실패한 혁명, 죽은 과거가 아닌 현재도 살아 숨쉬는 숭고한 정신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취지로 보인다.

 

유쾌한 부비트랩, 스크린 속 유머와 풍자

 

내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곳곳에 배치된 재치 있는 유머와 야담 섞인 풍자는 지루함을 극복하는 유쾌한 부비트랩이다. 데이빗이 피레네 산맥을 도보로 가로 질러 스페인으로 가는 기차를 몰래 타고 가며 퉁퉁 부어 오른 발을 살펴보기 위해 신발을 벗었을 때 풍기는 지독한 발 냄새를 맡은 민병대원들이 “당신 발을 프랑코에 대항할 무기로 써도 되겠군~”이라고 말하거나, POUM과 아나키스트 민병대가 프랑코 진영이나 국제여단 진영에 내뱉는 욕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블랑카가 땅에 묻히는 장면에서 할아버지(데이빗)가 묻히는 현재시점으로 오버랩되는 마지막 순간은 진한 여운이 남는 연출이었다. 장례식에서 손녀는 유품에서 발견한 월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시를 낭독하고, 사랑했던 여인 블랑카가 묻힐 때 할아버지가 가져왔던 붉은 스카프에 담긴 흙을 뿌린다. 이어 할아버지의 옛 동료들로 추측되는 노인들과 함께 불끈 쥔 주먹을 수줍게 치켜 올리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전투에 참여하라. 아무도 실패할 수 없다. 육신은 쇠하고 죽어가더라도, 그 행위들은 모두 남아 승리를 이룰 것이므로…”  윌리엄 모리스 <The day is coming> 중에서

 

◎ 인상 깊은 대사

 

○ 데이빗의 편지: “군대와는 달리 대의를 위해 싸우는 평범한 남자, 여자들이야. 경례도 필요 없어. 장교를 투표로 뽑고 모든 일을 토론하고 표결하지. 사회주의가 생생히 살아 있어”

 

○ 민병대원이 프랑코 진영을 향해: “엉덩이에 총알을 박아주마! 부자 새끼들아! 빈 손으로 죽게 될 거다!”

 

○ 데이빗 편지: “우린 집단화를 이룬 땅에 블랑카를 묻었어. 그녀도 그걸 바랬을 거야. 비록 스탈린주의자들이 4주 후에 쳐들어 와서 코뮨을 해체해 버렸지만 말야. 적어도 대지는 잠시나마 그녀의 것이었지”

 


랜드 앤 프리덤 (1996)

Land And Freedom 
9.7
감독
켄 로치
출연
이안 허트, 로잔나 파스터, 프레드릭 피에롯, 톰 길로이, 폴 라버티
정보
드라마, 전쟁 | 영국,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 109 분 | 199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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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2.13 08:53 신고
    2월도 벌싸 중반에 접어들었네요.
    하루하루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언제나 즐겁고 보람있는 하루 꾸려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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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2.14 08:43 신고
    한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입니다.
    오늘하루도 힘내서 잘 보내시고 즐거운 주말을 꿈꾸는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