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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하루를 보내며…

My Text/Essay

by 아나키안 2014.02.1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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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에서 이상과 현실의 씁쓸한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그 괴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자타공인 진보단체로 인식되는 NGO,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대면할 때, 피부로 느낄 정도로 이른바 <우리 안의 파시즘>이 그들 내면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들도 본의 아니게 많이 당해서일까? 


낯섬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와 존재의 스펙트럼을 이리 저리 재며 섣불리 단정하는 그들만의 정치적 바로미터가 종종 짜증나다 못해 안쓰러울 때가 있다. 피해의식과 자기보호 본능이 결합하며, 상처 입은 짐승마냥 낯선 타인을 배척하는 진보의 수줍은 작태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보수보다 촌스럽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은 자본주의적 속물 성향을 혐오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속물이 돼가고 있다. 정부기관으로부터 일거리를 수주하는 하청업체, 기업 후원금을 받는 홍보 기획사로 전락한 지 오래... 최소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대기업 입김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호언했던 시민단체들은 진보, 보수를 떠나 그 간판을 떼야한다.


군사정권 시대였지만 저달러, 저유가, 저금리라는 이른바 3저 호황 속에서 취업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걸 했던 80년대 학번들은 어느새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기성세대, 기득권이 돼버린 그들을 더이상 신뢰해서는 안된다. 영어(English)는 미 제국주의 언어라고 게거품을 물었던 386 강남좌파들의 자식들은 영미권으로 줄기차게 유학을 가지 않나... 


후기 자본부의의 일회용 소모품으로 전락해 매일매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허덕이는 2030세대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새 젊은 것들은..." 하며 비난을 퍼붓는 꼰대들에게 "나는 당신들이 만든 X같은 이 사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격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로효친, 삼강오륜은 개나 줘버려. 


가끔 평범한 회사원이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운동가들보다 순수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만약에 언젠가 우리 사회에서도 진짜 혁명다운 혁명이 일어난다면 장담컨대 지금의 월급쟁이 운동가들이 그 주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직업 정치인, 시민운동가, 전문예술가, 대학교수, 법률가 등이 아닌 지리멸렬한 일상을 숨죽이며 꾸역꾸역 살아가는 수많은 아웃사이더들이 일으키는 혁명이야말로 '모두가 춤출 수 있는 혁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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