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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은 짧고 현실은 길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2.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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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미국)

감독: 벤 스틸러(Ben Stiller)


‘힐링’이라고? ‘킬링타임’ 소프트 판타지


지인이 이 영화를 보고 내 생각을 했다며 한번 보라는 적극적인 권유가 있어 별 생각 없이 보게 됐다. 아마도 “그대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는 상투적인 희망 메시지와 함께 미국식 유머와 위트가 가미된 전형적인 ‘소프트 판타지’로 예상했다. 


‘소프트 판타지’는 ‘반지의 제왕’처럼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영웅호걸들의 스토리가 아닌, 명백한 리얼리즘에 기반을 두고 상상 속의 비현실성을 양념으로 추가한 드라마를 총칭하는 나만의 주관적인 비전문 용어다. 


이 영화가 밋밋한 일상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힐링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홍보문구는 솔직히 내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힐링이 아닌 유쾌한 킬링타임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한 없는 호평과 찬사가 이어지고 조지자고 달려들면 걸작도 쓰레기로 만들 수 있는 게 리뷰라고, 나도 한번 조지는 자세로 짧게 갈겨본다.



월터의 모험, 진정 적극적인 도전인가?


영화의 원작 제임스 그로버 서버(James Grover Thurber) 작가의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영화는 21세기 시대성에 맞게 각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LIFE라는 잡지사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매체로 전환하면서 포토 에디터로 일했던 월터 미티와 동료들이 겪는 구조조정 여파는 월터가 본의 아니게 모험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하는 심리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영화에서 월터는 사진 작가 숀이 보내온 25번째 필름을 찾기 위해 뉴욕을 떠난다. 숀은 월터와 달리 세상 이곳 저곳을 자유롭게 유랑하며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내 눈에는 월터나 숀이나 근본적인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숀도 월터처럼 디지털이 아닌 필름이라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구 시스템에 복무하는 일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연락도 안되고 소재도 확실히 파악할 수 없는 숀의 생활방식 역시 구조조정 1순위다. 


사실, 월터의 행동은 주체성을 갖고 모험을 떠나는 진짜 도전이 결코 아니었다. 필름을 찾지 못하면 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공포에 떠밀려 헬리콥터에서 점프를 하고 상어와 싸우고 히말라야에도 가지만 이 모든 것은 기껏해야 구조조정이라는 냉혹한 도전에 응전’하는 샐러리맨의 처절함으로 느껴졌다.


월터의 상상에서 현실이 된 것은 어설픈 로맨스에 불과했고, 결국 그는 직장에서 잘려 한 줌도 안되는 퇴직금을 손에 쥔째로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실업자로 전락했다. 짜릿한 모험은 짧고, 지리한 현실은 너무나 길다. 


영화는 잔혹한 현실(구조조정, 고용-실업의 악순환) 속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응전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 고문을 시도한다. 시스템을 해체하는 혁명적인 도전이 아닌 피동적인 응전 속에 남는 것은 견고한 시스템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영원한 악순환일 뿐이다. 


<인상 깊은 대사>


숀: “가끔 안 찍을 때도 있어.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냥 이 순간에 머물 뿐이야.”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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