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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꿈을 찾아 떠나는 ‘네브래스카’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2. 2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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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래스카


영화: 네브래스카(Nebraska, 2013, 미국) 

감독: 알렉산더 페인(Alexander Payne)


어느 잡지사가 구독 이벤트로 내건 100만 달러에 당첨된 것으로 찰떡같이 믿고 있는 연로한 아버지 우디(Bruce Dern)와 그의 성화에 못 이겨 몬타나에서 네브래스카까지 짧지만 긴 여정을 떠나는 아들 데이빗(Will Forte)의 잔잔한 감동 스토리.


각종 영화제에서 꾸준한 수상 경력과 함께 두터운 마니아 층을 쌓아온 알렉산더 페인의 작품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유머와 슬픔’을 절묘하게 조합하는 그만의 독특한 연출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늙은 아버지도 파랑새를 좇는 시절이 있었다


타인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했던 유약한 성격에 알코올 중독 경력마저 있는 우디는 젊었을 때 한국전쟁에 참전한 경력이 있으며, 변변치 못한 카센터를 운영하다 은퇴한 평범한 미국 노인이다. 아내와 별거 중이며 음향기기 판매사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둘째 아들 데이빗은 아버지 우디와 함께 잠시나마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00만 달러를 찾으러 간다는 명분으로 여행을 떠난다.  


로드 무비 <네브래스카>에는 세상 어디서나 보고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슬픔이 존재한다. 지극히 평범한 인생 속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슬픔이 스크린에 흑백 톤으로 그려진다. 거동도 불편할 정도로 늙어버린 우드의 표정과 행동은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도 한때는 파랑새를 좇는 순수 시절이 있었다. 


잡지사가 있는 링컨 시로 가는 도중, 젊었을 때 아버지의 잔흔이 남아있고 친척들이 살고 있는 네브래스카에 잠시 머무는데 크고 작은 소동들이 벌어진다. 이곳에서 데이빗은 젊은 우드의 사랑과 태어나고 자란 옛 농장에서 그의 아련한 꿈을 발견하기도 한다. 



100만 달러를 받으면 새 트럭과 동업자 친구가 가져가버렸던 컴프레서를 사고 싶다고 줄곧 노래를 불렀던 우드가 네브래스카의 옛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데이빗은 “아버지는 당첨되지 않았고, 더 이상 환상에 빠지지 말고 여기서 그만둬야 한다”고 설득하지만 소용이 없다. 


맏형 로스(Bob Odenkirk)와는 달리 자식들과 어머니에게 소홀했던 아버지에게 남다른 애증을 갖고 있는 데이빗은 아버지가 왜 무작정 100만 달러를 받기 위해 링컨 시로 향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납득하게 된다. 


진짜 파랑새는 바로 옆에 있을 수도


데이빗이 100만 달러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를 묻자 우드는 "너희들에게 뭔가 하나라도 남겨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아버지에게 100만 달러는 인생의 마지막 파랑새였던 것. 


결국 우드는 링컨 시의 잡지사 사무실에서 헛된 꿈을 재확인하며, ‘prize winner’(수상자)라고 인쇄된 기념모자 달랑 하나 들고 잡지사를 나선다. 


아들 데이빗은 집으로 오는 길에 타고 갔던 차를 중고 트럭으로 바꾸고, 새 컴프레서도 구매한다. 친구들과 친척들이 사는 네브래스카를 지날 때, 한적한 도로에서 데이빗은 운전면허증이 없는 아버지에게 운전대를 맡긴다. 


우드는 설레는 심정으로 핸들을 어루만지고 기어를 풀며 액셀을 서서히 밟는다. 슬로우 모션으로 흐르는 주행에서 우드는 조수석에 앉은 데이빗에게 밖에서 안보이게 고개를 숙이라고 말한다. 컴프레서를 뺏어간 얌체 친구를 비롯한 옛 친구들, 친척들, 옛 애인 등은 멋진 모자를 쓰고 홀로 운전하는 우드를 발견하고, 데이빗은 조수석에서 몰래 미소를 짓는다.


우드가 간절하게 찾았던 마지막 희망, 파랑새는 바로 옆에서 숨쉬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거창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환상 속의 파랑새에 비해 너무 흔해 빠져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


[관련 포스팅] 2014/01/18 - [My Text/Cine] - 올 이즈 로스트, '절망은 그 진정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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