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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My Text/Book

by 아나키안 2009. 12. 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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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한겨레출판, 2003.


파란색 팬티, 빨강 망토의 카리스마... 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야구방망이를 든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스코트, 슈퍼맨은 한마디로 컬트였다.



그것은 왠지 형이상학적인 도형이나 주술사의 이해할 수 없는 부적처럼 다가오기도한다.태생적으로 해태 타이거즈 광팬이었던 나에게 삼미 슈퍼스타즈는 다차원적으로 인식되는 도깨비같은 야구팀이었다.


물론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잘할 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진장 잘하고,못할 땐 저것을 감히 프로들의 플레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상당히 실망스럽다못해 배꼽 잡는 웃음이 무제한 폭발해 전신에 힘이 빠지고 마비 증상이 나타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미슈퍼스타즈의 타자들은 칠만한 공은 쳐댔고 투수들은 던질만큼 나름대로 잘 던졌다. 다만 문제는 상대팀들이 훨씬 더 잘했다는 것.


악당들을 물리치고 정의를 수호하는 슈퍼맨는 그 임무를 지키기엔 세상이 너무나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야구장에서 몸소 체험했고 85년을 마지막으로 그의 고향 크립톤 행성으로 귀향하고야 말았다. 어쩌면 슈퍼맨은 처절히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의 대승적 차원의 희생처럼 우리에게 진정한 복음을 전파하고 그의 세계로 돌아갔는 지도 모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 복음을 실천하고자 하는 전도사처럼 보인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은 이른바 루저(loser)들의 자신만만한 자서전적 행적을 재미있고 감동깊게 펼쳐냈다. 인천을 연고지로 둔 삼미슈퍼스타즈의 광팬이 어릴적부터 30대 어른이 될 때까지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요소는 다름아닌 삼미슈퍼스타즈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잔상들이다.


주인공이 슈퍼스타로부터 받은 임팩트의 핵심은 명료하게 규정짓기 쉽지 않다. 다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부르짖는 '카프페 디엠'(오늘을 즐겨라, 현재에 충실하라)이 연상되는 건 왜일까. '치기 힘든 공은 결코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도 당연히 잡으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는 이들의 야구철학은 마치 노장(老莊)의 '무위자연'처럼 인위적으로 살려고 하지 말고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숭고한 메세지가 아닐까.


일류를 지향하는 것, 보다 나은 소속, 계급으로 편입돼야 프로 대접을 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저들이 꾸며된 고도의 사기행각일 뿐이다.삶에서 진실로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은 당연 나의 행복이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방편에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다.그리고 다양한 수단들 중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이 방편은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었는가.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것이란 어떤 삶일까? 메이저는 행복하고 마이너는 불행한가? 삶을 메이저와 마이너로 양분할 수 있는가? 주인공은 세계는 구성된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가 스스로 구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프로야구에서 프로를 제거하고 야구 자체를 즐기고자 한 마이너들의 발랄하고 방자하기 이를데 없는 작태에 뜨거운 찬사를 보낼뿐이다.


인상깊은 구절: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쫒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265페이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10점
박민규 지음/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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