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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독재의 50가지 유형 체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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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03.0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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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독재』: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14.1.9(초판3쇄).


이성은 결론을, 감정은 행동을 낳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왕성한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회평론가, 강준만 교수의 텍스트가 매력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섹시’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의 저작들에는 셀 수 없는 각주와 참고문헌들이 들어가 있지만 극도의 현기증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구슬을 잘 꿰어 맞추는 테크닉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매우 지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이해되는 것은 특유의 글쓰기 솜씨도 있겠지만, 관련 콘텐츠가 피부에 와 닿는, 시의적절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차원을 떠나 무진장 부지런한 대학교수인 것 같다. 그의 텍스트는 단지 뒷북치는 평론에 끝나지 않고 한국사회에 암암리 영향을 끼친다.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룸살롱 공화국>, <안철수의 힘>, <갑과 을의 나라>, <강남 좌파> 등의 저서는 이를 명확히 증명한다.

 

<갑과 을의 나라>가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지적했다면, <감정 독재>는 공간을 넘어 현대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사고와 행동패턴을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의 이론과 결부시켜 흥미롭게 분석했다는 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계기도 제공할 수 있을 듯 하다.  


저자는 신경학자 도널드 칸의 “이성은 결론을 낳지만, 감정을 행동을 낳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일상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감정적 행동 패턴에 “왜?”라는 질문을 통해 거기에 맞는 50개의 관련 이론을 끄집어낸다. 앞으로 시리즈로서 50개가 아닌 수백 개 이론과 유사이론을 계속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희생번트는 감독의 면피용 작전?!


소개되는 50개 이론 중에는 경향(bias)과 영향(effect)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많다. 즉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방향성을 갖고 있는 존재며, 벡터공간을 살아가는 존재들인 것 같다. 첫 번째로 소개되는 이론, 행동편향(action bias)과 부작위편향(omission bias)은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 야구를 사례로 들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 희생번트는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고교야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야구팬들은 번트를 자주 지시하는 소극적인 감독을 상당히 혐오한다. 보기에도 짜증나기 때문이다! ※참고사진: 2006년 8월 18일 오후 5시경 동대문구장, 제36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충암고VS안산공고/ 사진: 아나키안)


통계적으로 무사 1루 상황이 1사 2루 상황보다 득점 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서 특히 한국야구에서 주구장창 희생번트가 나오는 이유는 ‘똑같은 결과, 아니 더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낫다는 믿음’, 이른바 ‘행동편향’ 때문이라는 것. 특히 강공을 펼쳐 병살이 되면 감독이 욕먹지만, 희생번트를 실패하면 선수가 욕 먹는다. 감독직 유지에 안정적 역할을 해주는 면피용 작전이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개입하지 않음을 최선으로 삼는 태도’ 부작위편향 역시 야구장 심판들에게 흔히 일어난다. ‘최고의 심판은 경기가 끝났을 때 누가 심판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심판’이라는 논리 때문에 관습적으로 심판 콜(아웃 또는 세이프)이 일어난다. 부작위편향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얻는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손실회피 편향’(loss aversion)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여자 피겨 논쟁에서 친콴타의 ‘허수아비 오류’


길거리에서 싸우다 불리해지면 “너 몇 살이야!”라며 화제를 바꿔버리는 ‘주의전환의 오류’(red herring fallacy)와 상대방의 주장을 적당히 왜곡해버리는 ‘허수아비 오류’(straw man fallacy)는 일상에서 너무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어린이가 혼자 길가에 나다니게 하면 안된다”는 주장에 “그럼, 애를 하루 종일 집안에 가둬 두란 말이냐”로 받아치는 것이 일종의 허수아비 논쟁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요즘 나오는 뉴스에서 허수아비 오류를 나름대로 발견해봤다. 최근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불공정한 점수책정 논란, 러시아 피겨스케이팅협회 회장 부인(알라 셰코프체바)이 자신이 판정했던 같은 국적의 선수(소트니코바)를 안고 있는 모습 등 심판자격 및 자질과 관련해 많은 의혹들을 언론들이 제기하자, 친콴타 ISU(국제빙상연맹) 회장은 “빙상연맹 관계자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해도 멍청한 사람이 심판 하는 것을 바라냐?”, “이해관계보다 훌륭한 심판이 활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무식한 발언을 쏟아냈는데 이야 말로 최고의 허수아비 논법인 듯 하다.


감정독재를 극복하는 방법, 타협?


이외에도 지역감정이 실제 이상으로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다원적 무지 이론’, 박근혜 정부의 무차별 공약 파기를 설명할 수 있는 ‘승자의 저주’, 기업들의 교묘한 마케팅으로 사용되는 ‘넛지’, 독립적 비판사고가 결여된 엘리트 집단이 더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집단사고 이론’, 게임 강제 셧다운제 비판에 적용될 수 있는 ‘갈라파고스 신드롬’, ‘세상은 다 도둑놈’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 ‘공공선택 이론’ 등은 개인 일상을 넘어 정치, 경제사회까지 확장할 수 있는 이론들이다.


저자는 감정에 휩쓸리는 행동경향, ‘감정독재’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감정독재와 싸우는 법은 사실상 타협하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정면 승부 한다고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감정과 이성이 정확히 분리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감정과 싸우는 합리적 방법으로 “사안과 때를 가려 대응하는 타협의 예술”을 제시하고 있지만, 최소한 나 자신에게 있어서 그게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합리적 이성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고, 감정은 내 피부, 내 몸 속에서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 인상깊은 구절

"낙관적 감성을 비관적 이성으로 보완하거나 견제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과유불급의 철칙을 믿는다면 말이다" (본문 198페이지)

"우리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고 사람들의 행동을 믿는다. 당신의 고객이 말하는 것을 무시하시오. 단지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하시오" (본문 213페이지/ 다비트 보스하르트 <소비의 미래: 21세기 시장 트렌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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