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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독인 “당신은 공부를 하는가, 독서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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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03.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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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독인(독서는 인간을 어떻게 단련시키는가)』, 박홍규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4.1.17.

 

참된 독서란 무엇인가?

 

<독서독인(讀書讀人)>을 읽으며 ‘참된 독서’라는 것이 과연 무언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박홍규 교수는 “독서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좀 더 자유롭고 비판적인 독서가 필요하다”며, “참된 독서인은 반권력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시 서적, 수험서, 교과서,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 등은 결코 독서가 될 수 없다. 그냥 공부일 뿐이다. 심지어 교수나 전문가들이 전공 관련 서적을 읽는 것도 독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저자의 분석대로 한국은 전통적으로 수백 년 동안 획일적인, 기획된 교과서만 공부하는 나라이다. 유교경전 무조건 외워서 시험(과거시험) 보는 것이나 법조문은 물론 케이스(판례)까지 토시 하나 안틀리고 외워대는 공무원시험에 이르기까지 그 본질(주입식 교육)은 별로 변하지 않은 듯 하다. 

 

사회지도층 중에 자유롭고 비판적인 독서를 제대로 했던 사람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며, 암기 잘하는 사람이 성공해 권력까지 잡는 세상이다. 더구나 성공해서 다양한 책들을 읽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한국에서의 (가짜) 독서는 등용문을 통과하기 위한 출세의 수단일 뿐이다.

 

“제대로 된 책은 현실을 혁명하라 한다”

 

권력지향의 무비판적 독서가 아닌 사고의 다양성을 통해 반권력의 지성을 회복하는 독서인이 없었기에 제대로 된 혁명가도 탄생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독서는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참된 독서를 통해 현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변화를 지향하게 되며, 제대로 된 책들은 현실을 혁명하라고 가르치기에 참된 독서인은 혁명가가 된다는 그의 웅변을 논술시험을 준비하거나, 도서관에서 취업/고시 공부하는 이들에게 설파하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권력이 창조한 지식을 상징하는 교과서를 달달 외운 멍청한 엘리트들이 결국 국민 전체의 지성을 결정하고 관리하고 규제하는 악순환의 현실에서 다양한 책읽기 과제는 한반도 통일 과업보다 힘들어 보인다.

 

권력과 반권력 사이에서 독서인을 찾다

 

이 책은 저자가 ‘독서독인’이란 제목으로 월간 ‘인물과 사상’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글들을 수정·첨가해 펴낸 것이다. 총 20명의 역사적 인물들을 권력과 반권력이라는 두 파트로 나눠 그들의 독서 행태 분석을 통해 현실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서로서 자유롭고 비판적인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제1부에 나오는 권력을 훔친 자들(나폴레옹·링컨·레닌·스탈린·히틀러·괴벨스·무솔리니·마오쩌둥·호찌민·폴 포트)의 독서 이력은 그들이 가졌던 강력하고 화려한 정치권력에 비해 볼품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광이었던 히틀러의 독서가 나폴레옹, 이순신을 숭배한 박정희의 독서보다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풍성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만든다. 특히, “『이순신』을 읽은 자가 일본군에 자진 입대했다는 점을 나는 어려서부터 이해할 수 없었다”는 구절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링컨은 당시 미국인 엘리트처럼 평생 제국주의와 식민정책을 지지하고 실천해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 있다. “(변호사) 링컨은 단 한 번도 흑인 노예를 변호한 적이 없고, 노예해방 선언은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정치적 도구였다”는 사실이 아연실색케 한다.

 

혁명 정신은 도서관에서 잉태된다

 

“도서관은 모든 사상의 산실이다. 특히 사회주의를 비롯한 모든 공공 사상의 실험실이다.

그리고 지식을 사유가 아닌 공유로 갖는 곳이다.

진정한 자유와 평등은 공유에 있지 사유에 있지 않다. 그래서 도서관은 아름답다.

외양이 화려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지적 모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에 아름답다.” <본문 63페이지>

 

고독한 사상가 마르크스, 붉은혁명을 주도한 레닌, 자유로운 아나키스트였던 크로포트킨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혁명사상을 키우고 완성시킬 수 있었던 궁극의 산실이 민중집회나 토론회, 강연회 등이 아니라 외로운 감옥과 도서관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혹독한 차르 전제군주 시대에도 감옥에서 맘껏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쓸 수 있었고, 심지어 군대에서도 자유주의 신문을 구독하고 엄청난 지적 탐구에 매진했다는 크로포트킨의 경험은 아직도 불온서적의 딱지를 붙이며 무식한 작태를 선보이는 21세기 문화강국 대한민국과 극단적으로 비교된다.

 

“여기서 혁명가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떼거리 우두머리와는 다르다.
마르크스는 데모도 음모도 한 적이 없다. 그는 오로지 독서실의 남자였다.
그러나 교과서나 교리문답을 외운 외골수 바보는 아니었다.” <본문 189페이지>

 

무엇보다 도서관, 독서실하면 마르크스가 빠질 수 없다. 반평생이 넘는 34년을 망명지 런던에 살며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영국박물관 독서실을 거의 매일 출근했다고 한다. 당시 자본주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사회주의 혁명사상이 담긴 불후의 저작을 남겼다는 사실은 저자 말대로 “돈으로 구속과 차별을 만드는 자본주의 본산에서 유일하게 자유와 평등이 온전했던 곳이 독서실이었다. 그래서 독서실은 세상에서 유일한 사회주의의 전당”이라는 것을 입증한다.

 

1부에 나온 독재자들에 비해 2부에 등장하는 권력에 맞선 자들(마르크스·크로포트킨·톨스토이·간디·루쉰·프리다 칼로·체 게바라·스콧 니어링·만델라)의 독서는 질적인 면도 그렇지만 양적인 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방대한 독서노트를 작성한 체 게바라의 혁명은 자유롭고도 철저한 독서에 의한 교양에서 비롯됐다.

 

체 게바라처럼 참된 독서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그 자유롭고 비판적인 독서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게 한다. 그 과정에서 굵직한 혁명가도 탄생한다. “혁명가가 사라진 세상은 그야말로 말세다. 세상의 나쁜 점을 알고 분노하는 사람이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혁명가는 그런 분노에서 출발한다” (본문 291페이지)


※저자 박홍규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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