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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 않은 완벽한 세계, ‘프랑켄슈타인’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3.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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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 (I, Frankenstein, 2014, 미국)
감독: 스튜어트 베티(Stuart Beattie)

 

고전의 구태의연한 재활용

 

제작노트(intro)에서 스튜어트 베티 감독은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은 완벽하게 새로운 세계이자 완전히 새로운 신화다”며, “또한, 너무나 유명한 고전 캐릭터의 새로운 해석이다”이라고 언급했다. 한마디로 어이상실이다.

 

‘선과 악’, ‘천사와 악마’라는 의심의 여지없는 명쾌한 대결과 깨끗한 승리라는 점에서 완벽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를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신화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상당히 오만하게 보인다. 내 눈에는 지겹도록 봐온 고전 캐릭터의 구태의연한 재활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설픈 재활용이었다.

 

‘빈곤의 철학’을 반증하는 영화

 

괴기소설 주인공 프랑켄슈타인이 현대적 히어로로 재탄생했다는 것 자체가 할리우드 영화계가 고질적으로 갖고 있는 ‘빈곤의 철학(=상업적 영웅주의)’을 반증한다. 영화는 근대의 프로메테우스(The Modern Prometheus)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작가, 매리 셸리(Mary Shelley, 결혼전 이름 Mary Wollstonecraft Godwin 1797~1851)의 ‘창조적 파괴정신’을 무참히 짓밟았다.

 

작가 메리 셸리는 근대적 정치사상으로서의 아나키즘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윌리엄 고드윈(William Godwin, 1756~1836)과 여성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의 딸이다. 급진적 자유주의자였던 부모의 영향을 받았기에 아마도 괴기소설로 치부돼 버리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걸작도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그녀의 급진주의적 정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장로교 목사였지만 과감히 무신론으로 돌아서며 자유주의 사상가로 변모한 아버지만큼이나 메리 셸리는 조물주(창조주)를 죽여 버리는 주체성 강하고 파괴적인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키는 급진적 성향을 보여줬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은 반종교적, 특히 반기독교적이며 이성과 과학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사상을 가득 담고 있는 상징성 강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불멸의 영웅은 자멸할 것이다 


하물며 중세시대 배경의 판타지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들, 가고일(선)과 데몬(악)들이 현대도시를 활개 치는 가운데 인간들을 피동적인 피해자 또는 수혜자로 전락시킨 삼류 영화의 원작으로 차용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런 작품에서 싼티 나는 영웅주의, 상업주의 이외의 제대로 된 철학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쉽게 말해 노벨문학상 수준의 작품을 삼류 포르노 작품으로 리부트(Reboot)한 수준에 불과하다. 요컨대, 헐크나 배트맨 시리즈만도 못한 아류다!

 

선을 상징하는 못생긴 가고일과 악을 상징하는 더 못생긴 데몬들의 불꽃 튀는 쌈박질은 피 빨아먹는 뱀파이어물에서 질리게 보아 온 터라 새로울 것도 없는 비주얼이었다. 차라리 제작하지 않은 게 나았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불멸의 영웅이 아니라 금새 자멸하고야 마는 영웅으로 종말을 맞이할 듯 하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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