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희희덕거리는 재미…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3.09 14:21

본문

 

○ 영화: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Le Charme Discret De La Bourgeoisie, The Discreet Charm Of The Bourgeoisie, 1972, 프랑스)
○ 감독: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 1900~1983)

 

미란다를 비웃을 수 있는 유희
 
스페인 미술계에 파블로 피카소가 있었다면 영화계에는 루이스 부뉴엘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스페인이 낳은 전설, 루이스 부뉴엘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프로이트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당연히 무신론자), 초현실주의자… 등으로 사실 그의 작품 세계를 명료하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줄곧 전위적이며 체제 전복적인 작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실험 정신이 충만한 감독인 것은 분명하다. 덕분에 당시 스페인을 지배하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에게 쫓겨났지만…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 대체로 대중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 1973년 국제영화비평가협회상 최우수감독상,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한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을 이해하고자 달려들면 오히려 호락호락하지 않은 난해함에 부딪칠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기 보다는 그만의 독특한 미학이 약간의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에서 미란다 공화국의 대사 돈 라파엘을 비롯한 6명의 부르주아들이 기획한 풍성한 만찬은 매번 돌발 상황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는데, 이들을 줄기차게 불편하게 하는 괴롭힘에 관객들은 묘한 쾌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돈 라파엘(배우: Fernando Rey)의 국적이 미란다(miranda)인 것도 묘한 상징이다.

 

미란다가 법률용어인 미란다의 원칙이나 실제로 있지도 않은 라틴 아메리카 어느 공화국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서 유래된, 지배 권력을 미화하는 조작된 아우라를 뜻하는 미란다(miranda)가 영화 컨셉에 더 맞을 것 같다. 루이스 부뉴엘 감독은 부르주아 권력을 미화하는 미란다(=허장성세)를 실실 쪼개며 비웃고 있기 때문이다. 
 
발칙한 시도, 시선의 전복

 

사실,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면 영화보다 더 난해하다. 별 것도 없는(?) 영화에 프로이트의 꿈 해석을 대입시키고, 성(sex)과 관련된 욕망의 코드를 질펀하게 삽입하거나 꿈-현실 대립의 해괴한 변증법적 해석까지 토해 놓는 것을 보면 내가 그동안 무식한 자세로 영화를 봤다는 자괴감마저 든다.
 


제목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이지만 내용은 <부르주아에 대한 은밀한 희롱>이다. 한마디로 부르주아 계급(부르주아지, bourgeoisie)들의 가식, 일상인들과 별반 다름없는 욕망을 엿보는 관음적 작품이다. 그게 전부다. 스포츠에서 흔히 나타나는 페인트(feint, 일명 ‘뺑끼’)는 직장, 학교, 시장 등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부르주아들의 뺑끼’는 쉽사리 보기가 힘들다. “너희들만 우리를 엿보는 것이 아니라 나도 너희들의 뺑끼를 훔쳐보면서 희희덕거릴 수 있다”는 ‘시선의 전복’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심오한 것처럼 보이는 과거 경험담이나 회상, 꿈 이야기들은 부르주아들의 너저분한 욕망을 비웃기 위한 맥거핀(macguffin: 속임수, 미끼)의 일종일 뿐이다. 이 맥거핀에 집착하는 리뷰어들은 한마디로 감독의 교묘한 낚시질에 낚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별 의미 없는 꿈에 집착하는 스크린 속 부르주아들의 진중한 분위기를 비웃자고 만든 설정을 굳이 이해하고자 죽자고 들이대는 현실 역시 희희덕거릴 일이다.

 

“내가 즐길 수 없다면 예술이 아니다”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은 변태적 유희를 가득 품고 있다. 허위에 가득 찬 부르주아들을 무대 위에 발가벗겨 놓고 어둠 속 깊숙한 곳에서 쌍안경으로 엿보는 관음적 유희를 즐기면 그만이다. 러시아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Emma Goldman)이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라고 했듯이 “내가 즐길 수 없다면 예술(영화)이 아니다” 그 또한 가식적인 권력일 뿐이다.

 

[예고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

  • 프로필 사진
    2014.03.10 14:55 신고
    흠. 최근 개봉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와 일면 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네요ㅋ
    • 프로필 사진
      2014.03.10 17:39 신고
      부르주아, 상류층을 다루지만 약간 코드가 다른 작품으로 리처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과 <타이타닉>, <위대한 개츠비>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계층/계급을 뛰어넘어 불멸의 사랑을 강조하는 로맨스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지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