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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도 교과서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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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03.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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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팬과 예비선수를 위한 『야구교과서』, 잭 햄플 지음·문은실 옮김, 보누스, 2009.


야구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딱 한 가지 있다. “알 길이 없다”
: 호아킨 안두하르(전 메이저리그 투수)

흔히들 야구를 인생으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셀 수 없는 다양한 돌발변수들이 많을 뿐더러, 무엇보다 감정(mental sport)이 경기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런듯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잭 햄플이 쓴 <야구교과서>는 미국 야구에 기반하고 있어 영어로 된 생소한 전문용어와 약어가 많아 웬만한 메이저리그 마니아가 아니라면 고리타분한 야구전문서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야구의 기초이론과 원리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가 더 나을 법하다.

1845년에 현대식 야구장을 고안하고 광범위하게 사용된 야구 규칙서를 출판한 알렉산더 카트라이트가 야구를 발명한 사람으로 공식 인정되고 있다는 점에 미루어 본다면, 야구라는 스포츠가 다른 종목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축구와 더불어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잡게 된 것은 특유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단지 자본주의의 중심, 돈 많은 세계패권국 국민들이 좋아하기 때문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구기종목 중에 구질의 종류만 10개가 넘는 종목은 오직 야구뿐이다. 패스트볼(fastball : 포심·투심·컷/커터·싱커·라이징),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스플릿핑거(스플리터), 너클볼, 스크루볼, 스핏볼, 이퍼스, 자이로볼… 몇몇 금지된 구질과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구질을 제외하더라도 한 경기에서 모든 구질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미친 투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한마디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여기에 각종 타격기술, 선수 로테이션, 주루 플레이, 수비 포메이션, 사인, 감독의 전략·전술, 전반적인 규칙들과 수학보다 복잡하게 보이는 통계수치 등 야구라는 종목을 머리로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솔직히 그럴 필요도 없다. 아마 프로선수들 중에도 야구용어와 규칙, 전술, 통계계산법을 100% 아는 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 관심과 의지가 있으면 머리는 자동으로 따라간다는 진리를 어릴적 브라보콘 속에 보너스로 들어있는 야구카드(딱지)를 모으며 체득했다. 하지만, 기록원이나 특정팀 스토커가 아닌 이상 스코어 카드에 두 눈 부릅 뜨며 들이대는 과도한 성실성을 보일 필요까진 없을 것 같다.


"야구는 지루한 정신에게만 지루하다"

“야구는 지루한 정신에게만 지루하다”고 말한 아나운서 레드 바버의 말이 도발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사실 기본적인 룰을 알고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감각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중동 동중정’의 매력적인 운동이 야구다. 다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눈에 쉽사리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갖춘다면, 2시간이 훌쩍 넘는 야구경기가 더욱 재미있게 보일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야구 규칙을 잘 모르지만 다른 관점과 흑심에서(?) 어떤 선수를 격하게 좋아해 야구장을 자주 찾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기본규칙을 체득하게 되는 경우는 너무 흔해빠진 (모범)케이스다. 오직 그 선수 때문에 오든, 이상하게 야구장에서 더 맛있는 치킨과 맥주 때문에 오든, 미친놈처럼 그냥 꽥꽥 소리 지르고 싶어서든, 이유야 어찌됐든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기 때문에 야구장에 오는 것이 아니겠나.

로저 클레멘스가 몇 번 사이영상을 수상했는지, 극단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쳐 수비하는 ‘테드 윌리엄 쉬프트’, 2루 주자의 3루 진루를 막기 위해 1·3루수가 홈플레이트에 돌진하는 ‘휠 플레이’라는 용어를 모르더라도 야구를 이해하고 즐기는데 전혀 하자는 없다. 무지 잘 맞은 타구는 야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 아웃 당하고, 애매한 타구가 버뮤다 트라이앵글에 떨어져 안타가 됐을 때 그걸 바가지 안타로 부르든, 텍사스 히트라 부르든, 행운의 안타라고 기뻐하든, 빌어먹을 안타라고 저주하든 즐겁거나 짜증나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야구의 진정한 매력은 “야구에서 따 놓은 당상 따위란 없다”는 공평한 평등 이념 속에 자유의지에 바탕한 예측할 수 없는 지뢰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느닷없이 폭발하는 불확정성의 원칙이 필드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느 개그맨이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공이 들어가야 점수를 따고 승리하지만, 야구는 공이 아니라 사람이 집(홈)에 들어와야 이길 수 있는 휴머니즘 스포츠라는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야구에 교과서가 과연 존재하는 지 모르겠다. 우리네 인생에 모범답안이 없듯이 야구에도 정석은 없다고 생각한다. 변화무쌍한 야구의 세계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야구 바이블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확신한다.

※ 재미있는 구절:

“나는(짐 컨: 텍사스 레인저스 구원투수)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감독이 말했다. ‘그렇겠지, 그런데 외야수들은 확실히 힘들어하고 있어.’ ” [본문 50페이지]



※ 관련 포스2009/05/17 - [My Text/Book] - 야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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