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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지 않은 어른이라…

My Text/Essay

by 아나키안 2014.03.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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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상담을 진행하는 어느 유명한 (유학파) 전문가의 건방지고 영양가 없는 텍스트 때문에 하루 종일, 아니 반나절 정도 기분이 꿀꿀했다. 괜히 읽었어... 피터 팬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을 거론하는, 이른바 ‘자라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조언을 읽으며 상당한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본질적 원인을 간과한 채 현상에만 주목하는 몹시 권위적인 주입식 처방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령 근본원인을 안다고 해도 딱히 치료하기 힘든 것이 사람 마음이 아닌가. 어쩌면 나 자신이 자라지 않은 어른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이러는 지도 모르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우울증, 절망감, 상실감 또는 분노, 슬픔에 찌든 사람들을 위해 각종 해법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입담을 듣거나 그들의 책들을 읽다보면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내뱉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미래를 낙담하는 청년들을 위로한답시고 내지르는 거룩한 잠언도 내게는 이상하게 잠꼬대로 들렸다.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르고 그 책임을 기꺼이 짊어질 수 있어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고 하는, 유치원에서나 들을 법한 설교를 아직까지도 들어야 하는 현실이야말로 또 다른 우울증을 유발하는 정신적 테러와 다름없다. 한편으론 현존 사회에 충실한 노동자로 길들이기, 객기 부리거나 반항하지 않는 근면성실한 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신교육 프로그램처럼 다가온다. 과연 온전한 책임을 질 수 있는 합당한 옵션(선택)들이 우리 사회의 대다수 청장년들에게 존재했는지 되묻고 싶다. 


시스템 정비는 나 몰라라 한 채 말로만 천 냥 빚 갚는 수구적인 태만으로 느껴진다. 뒤틀린 사회구조를 도외시 한 채 지극히 개인적인, 미시적인 관점에서만 정신분석을 시도하며,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상투적인 충고는 “사회불평 그만하고 철 좀 들라”는 꼰대식 발언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공허한 외침이다. 그들이야말로 ‘설교 콤플렉스’, ‘가르치기 콤플렉스’, ‘지도자 콤플렉스’에 걸린 자들이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신화 속 존재들을 끄집어 내거나, 별 관심도 없는 유럽권 철학자와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들먹이는 입바른 소리는 이젠 지겹다. 그들이 인용하는 유럽 지식인들이 정작 유럽에서도 인지도 있는 지식인인지 가끔 의심스럽다. 번역과 난잡한 해석을 통해 그들의 지적 업적을 설명해줘도 별로 감흥이 없는 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다 자란 어른들이 만든 전혀 어른스럽지 못한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 어른다운 어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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