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폴리스 스토리] 성룡의 슬랩스틱은 어디로?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3. 28. 13:18

본문


○영화: 폴리스 스토리 2014(警察故事2013, Police Story 2013)
○감독: 정성(丁晟)

아시아의 채플린, 성룡의 해학이 그립다

이소룡(Bruce Lee)과 더불어 중국 무협(쿵푸)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아이콘, ‘성룡(Jackie Chan)’이 출연한 <폴리스 스토리 2014>를 보며 뜬금없이 중국(홍콩)영화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해봤다. 어처구니없는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성룡은 아시아의 찰리 채플린이라고 생각한다. 취권, 금강혈인, 용형호제 등 시대배경이나 소재와 상관없이 (리얼)무술을 채플린의 슬랩스틱만큼 유쾌한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사람은 오직 성룡 뿐이기 때문이다.

<신해혁명>이란 작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슬랩스틱의 대가가 진중한 액션 느와르에 등장하니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납치를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도 캐릭터들의 심리묘사 역시 어색하기 이를 데 없고, 휴머니즘적 발로에서 매듭짓는 결말도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중국의 변화된 사회상, 특히 도시인들의 무감각증과 소외심리 등을 묘사하기 위한 극적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약간은 서툴게 보인다. 스릴러 특유의 복합적인 구도를 관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취권(醉拳, Drunken Master, 1978) 스틸컷

성룡의 액션과 관련해, 이젠 늙었기에 예전 같은 화려한 슬랩스틱은 할 수 없다는 반론에는 결코 동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풍부한 슬랩스틱을 구사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고 본다. 사실 슬랩스틱과 나이는 별로 상관이 없다. 날아가는 비행기, 폭주하는 기차, 아찔한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는 것만이 성룡이 할 수 있는 리얼 액션은 아닐 것이다. 한편으론, 우는 아이도 돌연 까르르 웃게 만들 것 같은 해학미 넘치는 그의 표정연기를 모방할 수 있는 액션배우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폴리스 스토리>를 납치, 밀실 공포영화라 할 수 있는 <레드 주식회사>(2012)와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저예산으로도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을 통해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음을 <레드 주식회사>는 증명했다. 이에 비해 <폴리스 스토리>의 납치 공간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고 범인의 차가움은 분노를 감춘 냉혈인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더욱이 납치범과의 느닷없는 이종격투기는 스릴러의 요소를 산산이 깨부수었다.

이제 중국영화는 어설픈 ‘오마주’ 뿐인가?

모든 영화가 퀄리티 높은 작품이 될 수 없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장르에 맞는 구색은 어느 정도 갖춰야 감동 또는 재미를 느끼지 않겠나. 중국영화 역시도 마찬가지겠지만 언제부턴가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대해 고질적인 편견을 갖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품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물적, 인적자원을 대량으로 투자하면서도 세련되지 못한 스토리와 연출력, 그다지 감각적이지 못한 영상미학 등이 중국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돼버렸다. 가끔 중국영화들을 보고 난 후, 각각 다른 감독이 만들었음에도 영화 제목과 줄거리, 하이라이트가 헷갈리는 건 영상의 클리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줄거리만 진부한 게 아니라 영상마저 진부하다면 차라리 변화무쌍한 CF를 보는 게 낫지 않겠는가.

주윤발, 이수현, 유덕화를 중심으로 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느와르(첩혈쌍웅, 영웅본색…), 임청하, 왕조현 등이 단골이었던 판타지류(천녀유혼, 동방불패…), 이소룡, 성룡, 이연걸 그룹이 주도해 온 셀 수 없는 액션물, 그 외 각종 고전사극과 장국영의 쓸쓸한 눈빛을 잊을 수 없는 아비정전(1990) 같은 드라마들… 그 화려했던 중국영화는 90년대 중반 전후로 아시아 영화의 패권을 상실했다. 대다수 작품들은 과거와 비교할 때 정체보다는 오히려 퇴행했다고 평가한다. 


△중국무협의 모든 요소가 절묘하게 녹아있는 <신용문객잔>은 사극 액션의 정점을 찍었지만 그 이후론…


특히 액션, 사극은 서극과 장예모에서 끝나버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개인적으로 고전 액션물은 서극의 황비홍(1991)과 이혜민 감독의 신용문객잔(1992)에서 종말을 고했다고 보고 있으며, 느와르는 진목승 감독의 ‘천장지구’(1990)에서 장렬히 숨을 거두며 바이짜이찌엔 했다. 또, 홍콩영화 특유의 (액션)판타지는 왕가위가 감독을 맡고 장국영이 출연했던 동사서독(1994)이 피날레였다. 사실 중국영화를 판타지와 액션으로 명확히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이후의 작품들은 과거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어설픈 오마주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신기한 점으로,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반환되는 97년 전후로 홍콩영화가 답보에 빠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자유롭지 못한 시스템에 갇힌 예술가의 상상력이 높이 비상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에서 총감독을 맡을 정도로 중국 문화예술계를 이끌고 있는 장예모의 작품도 정치적 논란이 다분한 <영웅: 천하의 시작>(2002)을 정점으로 쇠락했다. 장예모와 공리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붉은 수수밭>(Red Sorghum, 1987) 같은 작품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영화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본 추억이다. 하지만 그동안 획기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신선하지 못한 주제와 플롯으로 일관하며, 과감한 개혁을 실행하지 못한 그들의 자위적인 작품들에 비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객들의 수준은 너무 높이 업그레이드 된 게 아닐까.


[예고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