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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철학초고] 자본주의 감옥에서 위로받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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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 5. 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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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철학초고/자본론/공산당선언/철학의 빈곤』, 칼 마르크스/김문현 옮김, 동서문화사, 2014(2판6쇄).


좀비보다 끈질긴 생명력… 마르크스 유령


“그래서… 마르크스가 세상을 바꿨냐? 사회주의는 20세기 후반에 이미 망하지 않았냐? 마르크스주의의 실현은 또 다른 전체주의, 붉은 파시즘에 불과했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에 가장 충실한 자연스러운 체제이며, 자발적인 시장경제 질서를 통해 운영되는 최선의 합리적 시스템이다.”


대체로 이런 식의 논리가 초·중·고와 대학을 거쳐 현재까지도 굳게 믿는 신념이며 굳건한 이데올로기다. ML(마르크스-레닌)사상을 거론하면 아직도 붉은 망령에 사로잡힌, 시대착오적인 패배자들의 넋두리로 간주한다. 또한 책벌레 마르크스, 행동가 바쿠닌, 혁명가 레닌, 독재자 스탈린과 김일성 등을 같은 부류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언제나 그렇듯 역사의 패배자는 말이 없고 승자의 오만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지금의 21세기, 산업화가 고도화 될수록 자본주의 병폐와 부작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과 마르크스의 텍스트 역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인간 마르크스에게 전혀 호감이 있지 않지만, 자본주의 생태구조를 분석하는 틀로써 그의 패러다임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학기술의 진보로 생산수단이 아무리 변하고 발전해도 자본주의 본질과 작동원리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중심에는 돈이 있는 듯하다.


사실, 마르크스의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텍스트 속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꽤 있다. “세상에서 돈으로 안되는 게 어딨어?” “돈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 “돈이 곧 신(神)이다”… 이른바 인간성의 외화된 능력, 또는 인간의 욕구와 대상 사이의, 인간의 생활과 생활수단 사이의 중개역할을 수행하는 화폐의 전지전능함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아포리즘(aphorism)이다. 마르크스는 화폐로 인해 “모든 사물의 전반적인 혼동과 전도가 나타나고 자연과 인간의 모든 성질을 혼동시키고 엇바꾼다.(제3초고 제6장 화폐)”고 지적한다. 


“돈 있는 놈이 돈을 벌지!”라는 개미 투자자들의 한탄은 “자본가의 발생은 다면적인 축적에 의해서 가능하지만, 다면적인 축적은 필연적으로 일면적인 축적으로 변하고 만다”는 마르크스의 논법을 쉽게 풀이했을 뿐이다. 즉, 자본이윤이 자본의 크기에 의해서 비례한다는 것, 특히 대자본은 그 크기에 비례해서 소자본보다 더 빨리 축적된다. 골목상권이 필연적으로 해체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마르크스는 친절하게 강의한다. “비록 일시적인 손해를 입는다고 해도 소자본가들이 파산하여 이 경쟁에서 해방될 때까지의 손실을 견딜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자본가는 소자본가들의 이윤을 자기 것으로 축적할 수 있다”(제1초고 제2장 자본의 이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독점체제를 잉태하며, 결국에는 유산자와 무산자라는 양대 계급으로 분열된다. ‘자본이 절대반지’인 시대에 어쩌면 정치권력 역시 자본가들의 손아귀에 완전히 들어가는 날도 시간문제일 것 같다. 또한, 자본주의가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그 끈질긴 목숨을 지속하는 한 마르크스 역시 유령처럼 항상 우리 주변을 배회할 것이다. 


“나는 노동자다. 그러므로 소외된다.”


포이어바흐의 유물론과 헤겔의 변증법을 역사발전 원리에 적용한 사적유물론, 생산수단의 소유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계급투쟁의 역사,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역동성, 축적된 노동으로서 자본, 잉여노동 착취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증식하는 자본, 폭력혁명의 정당성과 세계 노동자들의 단결, 프롤레타리아 계급 혁명을 통한 계급·국가체제 타파…등. 마르크스가 주창한 명제에는 아직도 유효한 이론들이 많지만 역사적으로 불일치했거나 현재로선 적용하기 힘든 미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빛나는 업적 중 단연 으뜸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노동의 소외’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마르크스의 말마따나 (주류)경제학은 ‘사유재산’이라는 뿌리에서 출발한다.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학문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경제학에는 도덕이란 개념이 애당초 존재치 않는다. “경제학의 도덕은 수익이며, 노동과 절약이며, 즉물적(물질적인 것을 중심으로 생각함)이다.”(제3초고 제4장 부와 욕구) 마르크스가 위대한 이유 중 하나는 경제현상을 탐구하는 경제학을 논하며 노동(인간)을 그 중심에 우뚝 올려놓는 휴머니즘적 철학과 혁명사상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누가 노동이 신성하다고 말했나!”


마르크스는 노동의 (자기)소외 개념을 여러 저서를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노동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서 생산하고, 정작 자신은 생산물 자체에서 소외된다. 노동은 일련의 과정에서 기계와 경쟁하는 물적 존재, 기계(노예)가 돼버린다. 특히 창조성 없는 파편화된 분업 속에서 자기존재성(자기의식)은 갈수록 희박해진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노동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강요된 노동이며, 육체를 소모시키고 정신을 황폐하게 만든다. 나는 (본의 아니게) 노동하기 위해, 저들은 지배하고 착취하기 위해 태어났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은 결코 신성한 것이 아니다. “노동은 욕구의 만족이 아니라 노동 이외의 곳에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고통스런)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제1초고 제4장 소외된 노동) 노동자는 임금 받는 하인이며 기계이며 영혼 없는 동물이다. 소외된 노동과 사유재산은 긴밀한 연결고리, 한쪽이 몰락하면 다른 쪽도 몰락한다. 이러한 노동의 악순환을 지속하는 노동자의 해방이 바로 보편적·인간적 해방이다. 그는 공산주의야말로 인간의 완전한 자기 귀환이라고 주장한다. “공산주의는 완성된 자연주의=인간주의로서 존재한다.… 자연의 인간적인 본질은 사회적인 인간일 때 비로소 존재한다.”(제3초고 제2장 사유재산과 공산주의) 하지만 마르크스에게 공산주의도 인간적 발전의 목표 자체는 아닌 듯하다. 인간의 해방과 회복을 위한 계기일 뿐이다.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가장 냉철하게 파헤친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이며 역사가, 마르크스 이후로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있을 뿐이다.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자들이라도 케인즈 학파,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론, 복지자본주의, 경제민주주의 등의 다양한 이름의 정책이나 이념도 마르크스에게 빚진 부분이 있다. 심지어 하이에크의 아이들(신자유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통화주의자들, 신자유주의자들도 마르크스 시체를 발판으로 삼아 승승장구했다. 그들은 마르크스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비난하지만 그들 역시 이상적이긴 마찬가지.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듬해 세계금융위기 등이 이를 증명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더 살기 힘든 착취의 수렁에 빠졌다는 게 문제다.   


혁명도 한 적 없으면서 개혁을 논해?


가끔은 세상이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사념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러한 사념은 100년 전, 200년 전,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념들은 푸념으로 사라졌을 것이지만 일부는 사상(思想)으로 발전하고, 또 일부는 혁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수많은 사념과 푸념들, 질긴 이념과 사상들이 뒤섞여 자본주의 빌딩숲을 떠돌고 있다. 

 

‘아마겟돈’, ‘심판의 날’ 이후 천국을 고대하는 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외쳐대는 여호와의 말씀처럼,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사회를 꿈꾸는 자들에게 마르크스 사상은 인류구원의 복음만큼이나 절대적일 수 있다. 공산주의뿐만 아니라 다른 -ism, -교(敎)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굳이 트로츠키의 영구혁명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앞으로도 혁명시도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무엇을 위한 혁명인가가 중요하겠지만. 어디선가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개혁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그동안 제대로 된 혁명도 한 적 없으면서 개혁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혁명이 필요할까? 개혁이 필요할까?


뜬금없이 우리에게는 왜 혁명의 역사가 없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마르크스의 저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을 뿐더러 주입식 교육마냥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작자 미상의 교리문답 소책자만 선배들로부터 얻어터지며 달달 외운 운동권들이 정치권에 입문한 대한민국에서 온전한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사회변혁에 대한 치열한 자기성찰을 거치지 않은 그들은 마르크스 논리에 따르면 자본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르주아 집행위원회의 같은 구성원일 뿐이다. 아직도 ‘관존민비’의 조선시대 풍토가 만연한 21세기 봉건 대한민국은 아닌가?


※경제학·철학초고, 공산당 선언은 대체로 짧은 분량이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듯합니다. 자본론은 너무 길어 읽다가 쓰러질 수도…(참고로 이 책에 실린 자본론은 해설서 또는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초역판이어서 읽을 만함). 


경제학.철학초고/자본론/공산당선언/철학의 빈곤 - 8점
칼 마르크스 지음, 김문현 엮음/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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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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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9 09:38 신고
    오늘은 지인 분이 좋은 책을 소개해주셨는데 이곳에서도 책을 소개 받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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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09 12:46 신고
      서점에 책은 무지 많지만 손이 가는 건 몇개 없는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 실용서적, 재테크, 수험/자격증, 쓰레기 번역물, 어설픈 에세이...인터넷서점에서 추천하는 책도 완전 믿을건 못되더군요. 님 블로그 종종 들러서 저도 참고해야겠슴다. 그나마 믿을수 있는건 인터넷 프롤레타리아 계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