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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힘의 논리, ‘메이저(The Major)’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5.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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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이저(Mayor, The Major, 2013, 러시아)

○감독: 유리 비코프(Yury Bykov)


‘머피의 법칙’ & ‘긁어 부스럼’의 지독한 반복


<메이저>는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자꾸만 꼬여만 가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을 흥미롭게 전개한 범죄드라마다. 러시아 액션영화에서 할리우드를 따라하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볼썽사나운 꼴을 종종 봐 온 터라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행히 물량공세의 액션물이 아닌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단 짜임새가 있었다. 특히 우람하고 터프한 배우들의 섬세하고 성실한(!) 연기력도 꽤 인상 깊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사람들의 전체적인 평가는 평균 수준에 불과한 것 같다. 어쩌면 투박하고 거칠다는 러시아 작품에 대한 편견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세르게이 소보로프(배우: 데니스 쉬베도프)라는 경찰은 아내 출산 소식에 흥분해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길을 건너는 소년을 죽게 하는 교통사고를 낸다. 당황한 그는 아이와 함께 있었던 어머니를 차에 가두고 동료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미필적 고의에 가까운 사건을 무마하고자 부정부패에 찌든 경찰서장을 비롯해 다수의 경찰관들이 대거 투입되지만 긁어 부스럼만 만드는 화를 자초한다. 

얕은 양심은 강력한 본능에 쉽게 허물어진다.


그런 와중에 일말의 죄책감과 양심이 눈곱만큼은 남아 있었던 세르게이 소보로프가 조직을 배신하는 행동을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의 피를 보고야 만다. 양심에 따른 어설픈 행동과 자기기만의 도덕은 차라리 일관성 있는 악보다 조직이나 공동체에 해악으로 다가온다는 모순적 현실을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양심의 길에 들어선 주인공이 가족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원래의 부조리로 편입되고야 마는 영화 속 설정은 애당초 견고하지 못한 도덕성은 본능적 이기심에 쉽게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아냥거림이다.


악행을 한 자가 그 악을 덮기 위해 또 따른 악을 범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죄하기는커녕 오히려 2차적인 폭력을 가하는 적반하장, 이에 반발하는 피해자가 어느 순간 제3의 가해자로 낙인 찍혀 버리는 부조리는 우리네 일상에서 줄기차게 목격하는 장면이다. 그 시스템 저변에는 강자와 약자라는 힘의 논리가 웅크리고 있다. 권력은 이를 올바르게 중재하기는커녕 오히려 방관하거나 조장함으로써 그 모순을 확대·재생산한다. 권력 역시 철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거시적 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의 비열한 정치구조와 과정이다.


크고, 강하고, 많고,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메이저(major)’, 사소하고 부차적이고 약하고 소수로 취급받는 ‘마이너’(minor)의 극단적인 갈등과 투쟁 그리고 필연적 결과로서의 소외. 영화는 이를 절묘하게 스케치 하고 있다. 권선징악의 단선적인 구조를 지양하고 현실의 모순체계를 변증법적으로 상징화함으로써 자기성찰을 유도하는 작품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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