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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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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09. 11. 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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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우울증, 크리스토퍼 레인/이문희, 한겨례출판, 2009.


일상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수많은 정신적 불안들이 정신병으로 간주되고 약을 먹어야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불안을 주는 공포가 아닐까? 성인군자의 경지에 이르지 않는 한 불안을 초월한 삶을 영위하는 존재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일상에 느끼는 경미한 불안과 질환으로 여길 수 있는 사회불안장애의 경계 또한 애매모호하다.


이 책은 미국의 신경정신의학자들이 외향성이 부족한 사람은 정신질환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부조리한 구조들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결국 로버트 스피처 박사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정신의학협회가 DSM(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 사회공포증, 회피성 인격장애 등을 정신질환으로 공식 인정하자 결과적으로 제약회사들의 판매 수익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은 불안에서 해방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 큰 정신적, 육체적 부작용에 시달려야만 했다. 저자는 이러한 심각한 현상의 배후엔 신경정신의학계와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의 홍보역할을 도맡은 언론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스피처 박사와 정신의학자들은 하나의 증상(불안, 수줍음 등)을 정신장애로 판정짓기 어렵다는 프로이트(정신분석학계)의 입장을 전략적으로 무시했다. 약물을 장기 복용한 환자들이 더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기 이전에 제약회사들은 그 부작용을 명시하지도 않았다. 이후에 법정소송까지 이어지는 사태들이 발생했으나 결국 이득을 본 자들은 약을 팔아 고수익을 챙긴 제약회사들 뿐이다.


현대사회인이 느끼는 수많은 공포와 불안은 개인의 경험, 각자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 등의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복잡다단한 구조 속에서 형성되는데, 신경정신의학계(미국정신의학협회)는 개인의 불안은 오직 뇌속의 분비물(세로토닌)이 적정량을 유지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이라고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했다.


요컨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질환이 있어서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약을 미리 만들고 나서 병을 창조하는 부조리한 구조를 엿볼 수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계는 개인의 고통과 불안은 종종 복잡한 사회 적응 과정에서 비롯되며, 각자가 공동체의 일원인 이상 피하기 힘든 결과라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존재의 불안을 기계적인 사고방식으로 추론하고 결국은 뇌를 대상으로 화학적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다는 입장은 인간의 정신구조를 단순화하고 평가절하 하는 반휴머니즘적 작태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최종적으로 약물만능사회에 저항해야 하며 불안없는 영혼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기분이 좋다는 것이 늘 좋거나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 끊임없는 쾌할함은 생산성, 유연성, 사회규범에 대한 생각없는 순응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건강 이상의 건강'을 열망하며 힘을 소진하기 보다는 '걱정하는 건강한' 사람으로서 사는 것이 더 필요하다. 최악의 디스토피아는 불안을 느끼는 존재들이 모인 사회가 아니라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바보들이 사는 유토피아다.

만들어진 우울증 - 8점
크리스토퍼 레인 지음, 이문희 옮김/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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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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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10 16:4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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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10 19:18 신고
      감사합니다. 메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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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13 17:56 신고
      아나키안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메일은 잘 받았습니다. 적립금 지급이 완료된 후에 다시 메일로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하루도 따뜻하게 마무리하세요~

      - 컨텐츠팀 현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