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퓨전 또는 잡종… ‘철권을 가진 사나이’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5.13 19:17

본문

○ 영화: 철권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Iron Fists, 2012, 미국)

○ 감독: RZA


홍콩무협+흑인마초=?


키자키 후미노리 감독의 <아프로 사무라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 등을 보고 쏠쏠한 재미를 느꼈던 오타쿠라면 퓨전 무협물이라 할 수 있는 <철권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Iron Fists)>에서도 나름대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것 같다. 특히, 힙합 패거리 '우탱클랜'(Wu-Tang Clan)의 RZA(르자)가 <아프로 사무라이> OST를 맡은 적도 있기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아프로 사무라이>가 일본 사무라이에 갱스터랩을 접목시켰다면, <철권을 가진 사나이>는 전형적인 중국(홍콩)무협물에 흑인의 마초정서를 혼합시켰다. 근데 중국무협인데도 이상하게 일본 냄새가 나는 이유는 무얼까? 아무튼 진중한 사무라이 또는 정통무협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이를 흥미로운 퓨전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설픈 잡종, 저렴한 짬뽕으로 평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쿵푸+흑인’은 서부극에 등장하는 총잡이 흑인보다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 각자의 스타일과 코드의 문제일 것 같다. 


러셀 크로우, 그가 왜 여기에?

60~70년대 무협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촌스런 미장센을 시종일관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은 재미있는 요소다.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아날로그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영상과 음향, 흘림체 한문을 배경으로 생뚱맞게 터져 나오는 힙합 뮤직, 배경은 필시 중국 같은데 대사는 잉글리시, 무엇보다 기묘한 출연자는 황제 특사로 파견된 러셀 크로우… 그가 왜 그곳에 있는지는 자신만이 알겠지만, 제작을 맡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농간을 추측해본다.


영화 줄거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홍콩무협물에서 질리게 나오는 플롯과 주제는 뻔하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죽은 부모를 위한 복수혈전, 강호 협객들의 의리와 상부상조, 사악함을 물리치고 정의를 세우는 파사현정(破邪顯正), 여기에 양념처럼 곁들인 마초적인 로맨스… 문제는 이런 클리셰를 얼마나 감각적인 영상으로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가가 관건.


외팔이 검객+용쟁호투+용문객잔…


RZA의 B급 연출력과 속보이는 오마주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어 조금은 우세스럽다. 솔직히 오마주인지 모방인지 헷갈린다. 대장장이로 나온 블랙스미스(RZA)의 두 팔이 나쁜놈(사자부족)들한테 두 동강 났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장애를 극복하는 설정은 장철 감독의 <외팔이 검객, 1967>과 매우 흡사하다. <외팔이 검객>은 서극의 <칼>에서도 재창조된 바 있다. 다만, 블랙스미스가 로보캅처럼 강철주먹(철권)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이 전혀 감동스럽지 않았다는 것.

두 번째는 아버지의 복수를 기도하는 젠(릭 윤)이 은사자(배우=바이런 만)와 결투하는 폐쇄 공간이 이소룡의 <용쟁호투, 1973>에서 등장하는 거울방과 비슷하다. 이 역시 용쟁호투에 비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이 없어 무척 아쉽다. 


마담 블로썸(루시 리우)이 운영하는 객주에서 벌어지는 대소동은 굳이 <용문객잔>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수호지>를 비롯한 전통무협지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상투적 공간이다. 이외에도 온 몸을 구리 빛 철갑을 두른 듯이 변신하는 브라스 바디(데이브 바티스타)와의 치열한 결투는 <소림사 18동인, 1976>의 컨셉과 비슷하다. 요컨대, 창조성이 제로인 <철권 사나이>는 쿵푸 마니아, RZA의 자아도취적 B급 무협물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다.   


※관련 포스팅

2008/02/04 - [My Text/Cine] - 외팔이 검객, 생의 고통을 통해 자유를 얻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