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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 낼 수 없는 B급 아우라, ‘수라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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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05.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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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수라설희(修羅雪姬, Lady Snowblood, 1973·일본)

○ 감독: 후지타 토시야 (원작: 코이케 카즈오)


마력의 살인눈빛, 카지 메이코


70년대 일본 은막을 지배한 최고의 여성 킬러, 카지 메이코(梶芽衣子, 1947~)의 대표작.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수라설희’(修羅雪姬·슈라유키히메)는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Jerome Tarantino)가 대놓고 오마주(Hommage)로 헌정한 <킬 빌·Kill Bill: Vol. 1>로 인해 (뒤늦게) 더욱 유명해졌다. <킬 빌>에 카지 메이코가 직접 부른 ‘수라의 꽃(修羅の花)’를 삽입했을 정도로 <수라설희>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액션영화로서 <수라설희>의 매력은 동시대 홍콩영화와는 다른 차원의 액션 코드를 선사했다는 점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액션은 이소룡의 액션과 흡사해 보일 수 있으나, 스크린에서 진한 피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자극적이고 공감각적인 영상미를 구현하며 만화 기법을 차용했다는 점은 당시 일본 액션만의 특징인 듯하다. 더구나 수라설희는 무협의 속성보다는 스릴러의 성격이 다분하다.

▲카지 메이코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701호 여죄수 사소리 Female Prisoner #701: Scorpion, 1972>


엄밀히 말하면, 여배우 ‘카지 메이코’가 주연한 최고의 작품은 <여죄수 사소리·女囚さそり> 시리즈다. 여죄수 시리즈에서 보여준 그녀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가히 살인적(!)이다. 이후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를 모방한 작품들이 줄기차게 등장했지만, 원작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는커녕 참을 수 없는 싼티로 인해 되레 쌍욕을 얻어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 눈빛에 오욕칠정이 가득차 있어


눈빛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배우 ‘카지 메이코’.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 집착, 공포, 광폭, 허무, 살기, 애증… 등 이른바 오욕칠정(五慾七情), 인간의 모든 감성이 녹아들어 있다. 그녀만큼이나 강렬한 눈빛을 소유한 여배우를 찾는 건 무림강호의 절대지존을 발견하는 것보다 힘들어 보인다. 혹시 동방불패의 임청하라면 모를까… 어찌됐든 존재 자체가 ‘복수의 화신’이 돼버린 ‘유키’라는 배역은 오직 그녀만이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

<수라설희>에는 복수극에서 감칠맛 내는 양념으로 가미되는 흔한 로맨스나 무도(武道)정신, 개똥철학, 윤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피로 시작해 피로 끝나는 심플한 단선 구도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더욱이 자객(killer)의 어설픈 갈등과 번뇌는 애당초 없다. 과감한 핏빛 검무(劍舞)만이 피바람 날리는 설경 속에 아른거린다.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수라(귀신)의 아이로 생명을 받은 짐승, ‘유키’의 복수 여정을 그린 <수라설희>는 여러모로 B급 영화가 확실하다. 하지만 B급 영화임에도 그 어떤 특A급들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없는 독특한 아우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수라설희>는 당연히 명작의 대열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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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4.25 08:34
    개인적으로 20세기 최고의 복수극으로 평가하기에 감옥에서의 정사장면을 현대적으로 각색하여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리메이크 해줬으면 싶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