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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고발한다… 김기덕의 ‘일대일’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6.0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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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2014)

One on One 
7.9
감독
김기덕
출연
마동석, 김영민, 이이경, 조동인, 테오
정보
| 한국 | 122 분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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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일대일’의 논리는 정당한가?


김기덕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노골적이고 불편하다는 점.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시선을 거둘 수 없을 만큼 몰입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는 것. 


대놓고 싼티를 팍팍 풍기는 저예산 영화 ‘일대일’은 이른바 도덕주의 좌파들과 부(富)티 나는 우파들 모두에게 불편한 작품일 수 있다. 노골적인 대사들과 장면들도 한 몫 한다.

다소 촌티나는 이 작품이 던지는 정치학적, 사회학적 화두는 의외로 많다. 첫 번째는 역시 ‘폭력’ 담론이다. 지배자, 착취자들의 부조리한 폭력에 대항하는 또 다른 폭력은 합당한가? 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논리는 정당한가?


내 나름대로의 해석이지만 김기덕은 폭력의 악순환을 지적하며 보다 성숙한 자세(인내, 비폭력, 평화적 방법론 따위)를 부르짖는 도덕주의자들을 은근히 비웃고 있다. 영화에서 배우 마동석이 소화한 캐릭터는 마치 아나키스트 바쿠닌처럼 거침이 없다. 혁명을 위해서라면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폭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피지배층의 기회주의 VS 지배층의 비열함


“(저런 놈들과) 똑같이 보지마, 진실의 힘을 믿고 인내하는 거야!” “XX, 이렇게 사는 것도 어디야, 북한 같은 데도 있는데!” 


두 번째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편안한 복종에 길들어진 상태에서 자유로운 혼돈보다는 억압 속의 안정을 선호하는 민중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기덕은 엘리티즘, 파퓰리즘(인민주의) 모두를 공격하고 해체하고 있다. 특히, 동지를 배신하고 강력한 적 앞에서 자발적인 굴종의 삶을 자처하는 피지배자의 심리를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회주의적 태도에 따른 피지배층의 이중적 플레이와 겉으론 강한 척, 귄위있는 척 하지만 작은 폭력 앞에서도 치를 떠는 지배자들의 나약함과 비열함을 비례구조(A:B=C:D)로 대칭시키고 있다. 


정치적 사디즘 VS 마조히즘 


세 번째는 진실과 당당히 대면하지 않고 눈을 감아 버리는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자기기만 행각을 고발하고 있다. 소수 지배계급의 이득을 위한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마치 국가(공익)를 위해 희생했다고 외쳐대는 권력자들, 이러한 부조리를 목격했으면서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권력자들이 조작한 패러다임에 스스로 갇혀버린 피동적인 대다수들. 


요컨대, ‘일대일’은 정치적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거칠게 다루고 있다. 맨날 얻어터지고 지배당하고 착취당하는 와중에도 “그래도 좋은 것도 있다”며, 학대를 오히려 즐기는 것 같은 병적인 심리상태에 빠진 이 사회에 김기덕은 쓰디쓴 조소를 날리고 있다. 

부자, 강자를 증오하면서도 몹시 부러워하는 심리, 그들을 손가락질 하면서도 막상 앞에선 똥개처럼 굴복하는 노예의 근성…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성(人性)의 근본마저 흔들어 놓고 있다. 


영화에서 살해당한 여고생 ‘오민주’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유, 민주, 평등, 진실… 등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보편적인 선(善), 정의(正義)일 수도 있고, 각자 개인이 지향하는 꿈 또는 이상(理想)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우리는 오민주의 죽음을 잊은 채, 자본주의의 개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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