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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척 있는 척, ‘애니매트릭스’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7. 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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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 호접지몽…


현기증 날 정도로 복잡다단하고 아리송한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동양철학적으로 해석하면 ‘호접지몽(胡蝶之夢)’. 내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 이 공간이 진짜 현실인지 가짜 공간인지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경지. 사실 매트릭스는 도가적 낭만을 너무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불편하다. 비관적인 허무주의는 노장사상과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는다.


반면, 서구 기독교적 패러다임으로 본다면 전형적인 메시아 사상에 가까워 보인다. 진실에 눈뜨지 못한 어리석은 군중 속에서 홀연히 나타난 깨어있는 '선구자'. 모세가 이끄는 유대인 무리들이 탈출하는 이집트는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 기계로부터 노예취급 당하는 매트릭스 세계와 일맥상통. 이 역시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에 불과.



정치학적으로 해석하면 매트릭스는 현실의 자본주의 시스템과도 비슷하다. 매트릭스 속의 존재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발적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자유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는 꿈은 자본주의가 심어놓은 환상에 불과. 


평범한 일상의 배후에는 거대자본이 웅크리고 있으며, 그들은 언제나 노예들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 마치 매트릭스의 완벽한 질서를 흩트려 놓는 짓을 벌이는 자는 매트릭스계에서 가차 없이 제거 당하듯.  


애니매트릭스에 참여한 감독들이 미국, 일본 등 다국적이어서 그런지 그림풍도 디즈니와 재패니메이션이 짬뽕된 느낌이다. 다양한 작화가 나름대로 보는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지만 옴니버스 스토리에 일관성이 부족해 보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전체적으로 주제의 통합성이 결여되는 불상사를 초래한다.


예술과 과학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예술은 관객이 느끼는 만큼 평가 받는다. 예술은 이성보다는 감성이기 때문이다. 잘난 척 있는 척 하는 과시적인 감성이 아닌 솔직한 감성에 기반할 때 진짜 감동이 존재하지 않을까. 


애니매트릭스가 선사하는 감동마저 나에게는 매트릭스 속의 가짜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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