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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보다 드라마틱한 ‘명량’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7.3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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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2014)

8.2
감독
김한민
출연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진구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8 분 | 2014-07-30
글쓴이 평점  


이순신 장군, 존재 자체가 완벽한 스토리


23전 23승 중 최초의 승리 ‘옥포해전’, 거북선이 처음 투입된 ‘사천해전’,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대첩’, 12척으로 330여척을 무력화시킨 ‘명량해전’, 그리고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노량해전’…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설명하다 보면 민족의 영웅을 넘어 ‘전쟁의 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 본인은 전쟁의 신으로 추앙되는 것을 원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인간 이순신은 알렉산더왕이나 칭기스칸처럼 정복자가 아니라 평화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영화 ‘명량’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은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협하기 이를 데 없는 나만의 종합적인 평가에 비추어 본다면, 극소수 까칠한 비평가를 제외하고 웬만한 관객들은 대만족하고 극장 문을 나왔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사실 이순신만큼 우리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갖춘 인물은 없다. 웬만한 연출력이면 이순신은 무조건 성공하고, 또 그래왔다.  


명량의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크게 다섯 가지 요소가 있을 것 같다. 첫째, 액션 장르에 맞게 다이내믹하고 감각적인 비주얼을 갖췄는가? 두 번째, 전쟁을 소재로 한 만큼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휴머니즘을 구비하고 있는가? 세 번째, 영웅물인 만큼 영웅의 고뇌와 고독을 철학적 관점에서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는가? 네 번째, 민족주의 또는 국수주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민(민중)주의적 요소를 가미하는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는가? 다섯 번째,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만큼 팩트(facts, 문헌)에 충실한가? 


영웅사관과 민중사관의 균형


이 중에 가장 힘든 건 영웅주의와 민중주의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할리우드는 처음부터 민중주의를 염두 해두지 않는다. 극소수의 미친 존재들이 세상을 구하는 게 할리우드의 근본정신이다. 즉 메시아가 세상을 구제한다. 그럼, 일본은? 일본은 비주얼에서 시작해서 비주얼로 끝난다. 감각성에 올인할 뿐 가치나 정신은 애당초 없다. 기껏 자학적인 사무라이정신 또는 죽음의 미학? 반면, 중국은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민족주의 편향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영웅주의와 인민주의를 ‘민족주의(집단주의)’의 부분집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 ‘명량’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영웅주의(영웅사관)와 민중주의(민중사관) 사이에 균형추를 절묘하게 맞춰 놓았기 때문이다. TV사극처럼 이순신 장군이 참전한 모든 해전을 다루지 않고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인 요소를 띠고 있는 명량해전에만 초정밀 집중했다는 점도 이순신의 고뇌와 민중(불특정 다수인 백성)의 자구 노력을 돋보이게 하는 데 한몫했다. 물론 플롯을 구성하는 데 TV보다 용이한 점도 있겠지만, 단지 극장영화라는 분량 제한 때문에 명량해전에 집중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사실, 명량해전은 영화 ‘300’의 ‘살라미스 해전’보다 드라마틱한 소재다. 물론 ‘300’ 역시 영웅주의 사관 일변도이다. 


난중일기는 최고의 시나리오


두려움을 용기로 승화시키는 영웅(지도자)의 리더십, 노 젖는 임무를 맡은 노역자들의 처절한 모습, 격하게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에서 선상에서 벌이는 리얼한 육박전, 절체절명의 순간 이순신 장군을 태운 대장선을 구조하는 백성들의 살신성인(殺身成仁), 진정한 천행(天幸)은 변화무쌍한 조류(潮流)가 아니라 백성들의 합심된 마음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이순신과 아들의 짧은 대화… 뛰어난 연출력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명량해전이라는 소재 자체에는 작품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내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난중일기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영화 ‘명량’이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춘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소 실망스러운 대사(병사들이 주고받는 대화, 참모진과 장군의 피상적인 갈등구조)와 상투적인 연출력(치열한 전투장면을 강조하려다 보니 리듬감을 잃어버린 육탄전과 슬로우모션 등)이 눈과 귀에 거슬렸다. 얼마 전 영화 ‘클린스킨’ 리뷰에서 개성파와 연기파를 동시에 갖춘 한국 남자배우는 최민식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명량’이 만약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돌파한다면 그건 연출력 때문이 아니라 최민식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관련 포스팅: 2014/03/12 - [My Text/Cine] - 300 : 제국의 부활… 눈부신 전쟁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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