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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의적 임꺽정과 악당 홍길동의 공존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8. 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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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민란의 시대 (2014)

6.7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이경영, 이성민, 조진웅
정보
액션 | 한국 | 137 분 | 2014-07-23
글쓴이 평점  

오히려 강동원 때문에 잘된 영화


‘강동원의’,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작품이라고 영화팬들로부터 무자비하게 까임을 당하는 ‘군도’를 봤다. 대체적인 여론이 시큰둥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결론은 ‘강동원 덕분에’ 그나마 잘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또, 정통사극인 ‘명량’과 픽션 활극인 ‘군도’를 비교분석하고 싶지 않다. 서로 포커스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꺽정, 일지매(가상 인물), 홍길동, 장길산 등 조선의 스타급 의적을 비롯해 로빈 후드, 조로, 루팡 등 서양 의적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동양의 고전이라 불리는 ‘수호지’마저도 스토리 구조는 일맥상통하다. 그 천편일률적인 의적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는 작품이 바로 ‘군도’이다.


본의 아니게 부조리한 사회에서 일탈한 군상들이 모인 무리들, 산적(또는 해적). 산적들의 의로운 행위는 민중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지만, 결말은 관군들에게 잔혹하게 토벌 당하거나 구사일생 생존해 또 다른 삶을 살거나… 그 속에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두목)의 고뇌와 애틋한 로맨스를 살짝 곁들이면 불변의 공식은 완성.


제도권 지배자들은 착취와 탄압을 일삼는 악(惡)의 무리. 의적들을 대놓고 선(善)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의(義)로운 건 확실하다. 선과 악의 대립적인 관계의 궁극적 해결은 한쪽이 사라져 희극으로 끝나거나 비극으로 끝나거나 양자택일.



군도의 흥미로움, ‘선 vs 악’ 단순구도 해체


선과 악의 중립지대, 또는 완충역할을 강동원이 수행했기에 ‘군도’는 시시콜콜하고 식상한 활극으로 전락하지 않았다. 강동원(조윤)을 대놓고 나쁜 놈, 죽일 놈(악당)이라고 간주하기에는 그가 품고 있는 백그라운드 스토리가 인간적으로 조금 짠한 구석도 있다. 조윤은 ‘이상’이 아닌 ‘현실’을 택했을 뿐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변명인가?  


사실 ‘군도’에는 기존 의적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도치(하정우)는 백정 출신의 임꺽정과 비슷하고, 남사당패 출신 ‘장길산’과 비슷한 배역도 숨어 있다. 땡추(이경영)는 수호지의 땡초 ‘노지심’을 연상케 하고, 천보(마동석)을 보면 천하장사 ‘무송’이 생각난다. 또, 섬진강을 배경으로 해서일까? 조선시대 지식인처럼 보이는 대호(이성민)는 섬진강 죽도에서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해 혁명을 기도한 실존인물 ‘정여립’과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서얼 출신 강동원은 ‘일지매’나 ‘홍길동’ 역할을 해야 마땅하나 ‘군도’는 이를 과감히 거부했다. ‘군도’에 고리타분한 홍길동 캐릭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홍길동이 중성적인 미소년 외모에 강력한 검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악당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 애달파했지만, 조윤은 오히려 현실을 개척하고 심지어 아버지마저 죽여 없앤다. 그럼에도 버려진 남동생을 찾았을 땐 의외로 인간적인 따뜻한 면모마저 보인다. 


강동원의 역할, 악당이 아닌 사회 부조리에 포커스


사실 영화에서 강동원이 주축이 돼 온갖 나쁜 짓을 다 벌이지만 그가 벌인 악행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고 관객은 믿고 싶어 한다. 그가 선천적으로 나쁜 놈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악당이 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사회적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악당이라는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민중이 고대하는 혁명은 결코 오지 않는다. 악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타파해야만 사회는 진보하기 때문이다.


군도가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착하고 이타적인, 도덕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의적 홍길동’이 아닌 이기적이어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수긍이 가는 ‘악당 홍길동’을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의적 홍길동보단 “잘못된 세상인 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나만은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홍길동이 훨씬 많다.


※관련 포스팅: 2014/07/31 - [My Text/Cine] - 영화 ‘300’보다 드라마틱한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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