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비해 원제 ‘Mea Culpa’(나의 죄, mea-culpa/프랑스어: 죄의 고백)가 너무 거창하다는 느낌도 든다. “mea culpa”라는 말이 심금을 울릴 정도로 스토리 구성이 드라마틱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우연’과 ‘인과’의 차이는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지도 모르지만, 영화 속에선 우연이 지나치면 짜임새를 잃어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우연을 인과처럼 잘 속이기 위해선 좋은 각본과 더불어 연출력이 필요한데 ‘더 체이스’는 각본의 한계를 극복하진 못한 듯하다.
물론, 평범한 세트 속에서도 다이내믹한 긴박감을 조성하고, 군더더기 없는 액션을 선사하는 감독의 내공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프로(pro)라고 할지라도, 저비용 고효율은 어느 장르, 어떤 분야에서든 쉽사리 구사할 수 없는 ‘베테랑’의 영역이기도 하다. 전직 형사 시몽(벵상 링던)의 아들 ‘테오’가 악당에게 쫓기는 장면, 열차에서 벌이는 액션 등이 대부분 로우앵글, 클로즈업으로 진행된다. 액션을 통해 액션을 구성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숏(shot)의 능숙함으로 액션을 창조하는 감독도 있다.
적절한 카메라 각도의 활용, 클로즈업에도 당황(!)하지 않는 배우들의 내공 있는 연기력 덕분에 관객들도 함께 가쁜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하지만, 액션 요소들은 잘 연결돼 있으나 스토리를 연결하는 점들이 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는 못해 다소 아쉽다. 액션에 몰두하다 보니 주인공이 왜 가족들과 떨어져 살고, 감옥은 왜 갔다 왔는지 까맣게 잊고 있다가 막판에 동료형사의 고백(mea culpa) 때문에 비로소 각성할 정도. 또한 악당들에 대한 배려(?),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의 섬세함도 다소 부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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