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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을 위장한 무감동 재난영화 ‘고질라’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8.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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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2014)

Godzilla 
5.5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애론 테일러-존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엘리자베스 올슨, 줄리엣 비노쉬, 와타나베 켄
정보
액션, SF | 미국 | 123 분 | 2014-05-15
글쓴이 평점  

본분을 망각한 주제 넘은 액션물

 

액션이 너무 철학적이고 고차원적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2014년작 고질라가 대표적인 케이스인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철학적인 척 하려다 보니 액션물로서 정작 중요한 본분을 망각한 용두사미의 실패작이 돼버렸다.

 

고질라의 겉은 액션·SF이나 실상은 재난영화다. 인간문명의 오만이 비극을 잉태하고, 인류를 파멸로 치닫게 한다는 설정이야말로 재난영화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고질라에서 인간의 오만은 당연히 핵(nuclear)이고, 그 비극은 괴물 ‘무토’로 상징되는 원자력의 재앙일 터. 영화를 보면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연상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사실상 재난영화 고질라는 액션물의 관점에서 지극히 낮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시종일관 어두컴컴한 조명과 공간을 배경으로 괴성만 요란하게 진동하는 액션은 보는 이를 무척이나 답답하게 하고 짜증을 유발하게 한다. 싸구려 좀비액션, 또는 3D 어드벤처 액션보다 화끈하지도 생생하지도 못했다.

 

재난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언제나 진한 휴머니즘, 고질라에서 감동적인 휴머니즘을 찾기란 고질라의 드넓은 등짝에서 바늘 찾는 것보다 힘들다. 감성 제로의 고질라가 제시하는 오직 하나의 교훈이 있다면 문명이 만든 재앙은 인간 스스로 결코 해결할 수 없고, ‘고질라’와 같은 신비스런 존재(神=God)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뿐. 마치 천사들이 하강하듯이, 미 군인들이 수송기에서 멋지게 낙하하기 전에 진지하게 성경을 낭송하는 장면은 보는 이에 따라선 몹시 불편한 미장센이다.

일본은 패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극복이라기 보단 자위적 수단으로써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서 초특급 히어로를 의도적으로 창작했다. 우람한 서구식 로봇들과 맞짱 뜨며 원자력 냄새를 진하게 풍겼던 우주소년 아톰(atom)만큼이나 원작 고질라(1954) 역시 핵실험으로 깨어났다는 점에서 일본의 패전 트라우마 속에는 핵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일본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테마를 굳이 왜 할리우드에서 화려하게 리메이크한 것인지는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동아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일자무식할 뿐만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미국의 오만과 상술이 빚어낸 대표적인 작태가 고질라 리메이크이다.

 

단순히 욱일승천기를 배경으로 홍보포스터를 제작했다는 피상적인 에피소드 자체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뿌리깊이 자리 잡은 할리우드의 오만과 편견이야말로 세계 영화계를 재앙으로 이끄는 재난의 근본이다.

 

진짜 재난은 방사능을 주식으로 삼는 괴물 '무토'의 침입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과 역사 존중을 무시하고 돈벌이 상술로 초지일관하는 할리우드의 무차별적 스크린 침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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