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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피센트, 전통적인 젠더 역할에 균열?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08.3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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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에 대한 색다른 해석


나쁜 여자로서 팜므 파탈은 필수, 거기에 더해 자신만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줘야 하는 마녀 캐릭터는 잘나가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이라면 누구나 눈독 들이는 배역인지도 모르겠다. <베오울프>에서 물의 마녀로서 치명적인 매력을 선보인 바 있는 졸리가 <말레피센트>에서 마녀를 맡는 건 ‘팀 버튼’의 작품에 ‘헬레나 본햄’이 출연하는 것만큼이나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더구나 리얼하게 연기하기 위해 연기자의 자아에 그가 맡은 배역의 생각, 감정, 성격 등을 집어넣는 이른바 ‘메소드 액팅(method acting)’을 안젤리나 졸리가 <말레피센트>에서 제대로 보여준 듯하다. 디즈니의 고전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색다른 시각으로 각색한 <말레피센트>는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주체를 살짝 바꿔놓은 발칙한 작품이다.   

한편, 디즈니를 포함해 할리우드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젠더(Gender)의 도식이 있다. 구조화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중심으로 하는 신념체계와 태도, 이미지, 가치, 기대 등이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 스토리 전개의 핵심역할은 대부분은 남성적인 주체(주인공이 설령 여자이더라도)에게 귀착된다. 물론 여성의 주체성은 대부분 배제되기 마련이다. 

섹슈얼리티 권력의 전복은 언제쯤…


요컨대 여성은 타자가 되거나 남성주체의 대상이 된다. 즉, 여성은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 고착된다. 또한 남성에 의해, 위험한 섹슈얼리티를 가진 척결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욕망을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여성들은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된다. 그건 다른 각도에서, 문화적인 마녀 사냥이다. 그 대표가 다름 아닌 히치콕 감독이다. 모난 여자는 반드시 정 맞아야 한다는 폐습이다.


<말레피센트>는 기존 작품들의 정형화된 패턴에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견고한 섹슈얼리티 권력구도를 허물었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 여전히 (백인)남성주의, 이성애 중심, 피동적인 백인여성(공주), 가부장적 미장센이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날개를 잃은 마녀(말레피센트)에게 날개를 찾아 달아주는 정도로 여성의 주체의식이 발현됐다고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모성애를 여성들의 연대로 보기엔…


마녀 말레피센트와 오로라 공주의 담합(?)을 여성들의 주체적 연대로 보기엔 더더욱 무리다. 아름답긴 하지만, 조금은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모성애’는 보수적인 패러다임일 뿐이다. 전통적 헤게모니를 뒤집는 도전적인 시도는 결코 아닌 것! 남성, 여성, 계급, 인종, 연령, 이성애, 남성 동성애, 레즈비어니즘… 등 다양한 요소들 중에 <말레피센트>가 보여준 전통적 관습 타파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개과천선한 마녀만 있을 뿐이다. 마녀는 마녀다워야 한다. 마녀가 착해지면 매력이 없다! 

스토리를 미화·변형시키지 말고, 차라리 오리지널 이야기에서 자신의 욕망과 행복을 찾아 나선 나쁜 마녀에게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시선으로 집중했더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백마 탄 왕자의 키스가 아닌 개과천선한 마녀의 뽀뽀에 공주가 벌떡 일어난다는 <말레피센트>를 굳이 젠더정치학적으로 평가한다면, 전통적인 남녀 역할에 작은 균열을 줬다는 점에서 작은 의미가 있을 뿐이다.  


[예고편]


말레피센트 (2014)

Maleficent 
8.2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샬토 코플리, 샘 라일리, 이멜다 스턴톤
정보
판타지 | 미국 | 97 분 |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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