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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심리학』… ‘영화 속 정신질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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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4.12.2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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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패러다임으로만 영화를 보는 습관은 협소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심리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하는 것은 좋지만, 영화 속 다양한 상징체계를 심리학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영화 속 심리학』처럼 심리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하는 책들은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또 다른 해석을 접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심리학자의 시선에 보는 영화평이라고 해서 뭔가 색다르고 차별성 있는 접근법이 나올 거라 생각했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부응하진 못한듯하다. 영화 리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영화 전문 리뷰어(reviewer) 보다는 일반 블로거들이 생산하는 흔한 텍스트 수준에 그친 듯하다. 영화에 대한 개인적 감상평과 더불어 영화 속 삶을 거울로 삼아 도출하는 인문학적 성찰 과정이 없다면 그건 영화 리뷰가 아니라 그저 영화 보고서(report)일 뿐이다.  


심리학 전문용어가 우후죽순 등장하는 텍스트들을 일반 블로거의 수준으로 격하 시킨 것은 그 무게중심이 영화에 있기 보다는 오히려 심리학에 있어서다. 영화를 핑계 삼아 심리학을 논하는 건 좋지만, 심리학만으론 영화 전체를 분석하고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영화는 어떤 학문의 연구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그 학문마저 집어삼키는 또다른 학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교양심리학, 또는 정신분석학 관련 인문서적이 아니라 영화 스토리의 일부분 또는 비정상적인 캐릭터의 속성을 사례로 들며 정신의학용어(DSM진단명)를 설명하는 의학서적이다. 정신의학에서 비정상적인 것이 영화에서는 드라마틱한 소재로 쓰일 수 있다. 책 제목을 ‘영화 속 심리학’이 아니라 ‘영화 속 정신질환’으로 해야 합당하고,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도 실수하지 않을 듯하다.


요컨대 정신의학을 공부하는 학도들에겐 도움이 되는 책일지 몰라도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큰 호소력을 갖추긴 힘든 책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영화를 분석하는 1단계를 넘어 인문학적인 가치나 철학을 도출해야만 훌륭한 리뷰라도 생각한다. 최소한 영화관련 서적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론은 정신병리를 다루는 의학서적을 영화서적으로 착각한 내 잘못이다.


저자는 이병헌과 최민식이 출연한 영화 <악마를 보았다>를 ‘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정신병리로 접근하면서 “(요새) 영화에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많아지면서 특히, 아동, 청소년들의 모방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이는 <악마를 보았다>를 정신병리학적 관점으로만 분석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폭력에 대한 또 다른 폭력, 즉 복수에 대한 윤리적 접근, 정의로운 폭력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담론, 고전적인 접근법이긴 하지만 수천 년간 내려온 인성론에 대한 성찰, 범죄자(사이코패스)에 대한 제도권 처벌의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신경발달장애, 정신분열, 우울·양극성장애,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 해리성장애, 성적장애 및 변태성욕, 인격장애… 등의 정신과 진단명의 개념과 증상을 해석하는 데에 너무 많은 텍스트를 할애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영화 속 의미와 메시지를 놓쳐버렸다. 재미있는 심리학마저 지루한 학문으로 다가올 정도. 


다른 예술 장르도 그렇지만 특히 영화는 연출자나 시나리오작가에 의해 구축된 상징체계를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그 상징체계를 해석하는 수단으로는 심리학뿐만 아니라 정치학, 사회학, 법학, 철학, 신학 등의 다양한 인문학적 접근법이 가능하다. 오로지 심리학으로 영화라는 큰 산을 오른다면 지루하고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학다식한 전문가들의 분석보다는 영화를 사랑하는 일상인들의 솔직한 감상평이 더 감동적이고 색다를 때가 많다.


영화 속 심리학 - 4점
박소진 지음/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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