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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사실에 대한 성찰… ‘I Origins’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12. 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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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오리진스(I Origins, 2014)


“한 과학자가 어느 날 달라이 라마에게 질문 했어요. 

‘만일 어떤 과학적 사실이 당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한참 생각 후 그가 말하기를, ‘난 모든 보고서를 읽어보며 모든 연구를 확인해보고, 진정으로 사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내 정신적인 믿음이 틀렸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증거가 만일 확실하다면 내 믿음을 바꿀 것이오.’라고”

“멋진 대답이군요.”

“만일 정신적인 어떤 것이 당신의 과학적 믿음이 틀렸음을 입증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


<어나더 어스>를 통해 신비롭고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줬던 마이크 카힐(Mike Cahill) 감독의 신작 <아이 오리진스, I Origins>는 힌두교나 불교에서 말하는 연(緣, Nidana)에 대한 화두를 색다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문(fingerprints)처럼 인간들 각 존재에게 있어 차별적이고 고유한 아이덴티티(identity)를 보여주는 홍채(Iris)에 담긴 유전학적 의미를 ‘윤회’ 사상과 연결시켰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다.

주인공 이안 그레이(마이클 피트)는 지적설계론이나 신과 종교를 부정하는 철저한 유물론자이며 과학자이다. 이안 그레이의 애인 ‘소피’(아스트리드 베흐제 프리스베)는 신비주의적 신념이나 상징체계를 믿는 감성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시각능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동물(벌레)에게 시각기관을 만드는 유전적 변이 실험을 통해 진화론의 증거를 뒷받침하고, 근거 없는 지적설계론을 반박하고자 했던 이안 그레이와는 달리 소피는 눈(홍채)이 ‘영혼의 창’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러한 믿음체계는 여러 사건을 통해 실험실 동료에서 아내가 된 카렌(브릿 말링)에게까지 이어진다.


이안 그레이와 카렌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의 홍채가 다른 누구와 같다는 사실을 우연히 접한 후, 수년 전 엘리베이터 사고로 죽은 소피와 똑같은 홍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인도에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인도까지 가서 우여곡절 끝에 소피와 똑같은 홍채구조를 갖고 있는 소녀를 만나고 소녀와 소피와의 관계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게 된다. 실험은 소녀와 소피가 일치하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결과로 끝나지만, 의외의 반전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그 결정적인 사건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외상으로 인한 상처 즉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주인공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상식적인 과학적 접근보다는 감성적인 종교적인 믿음에 무게중심을 더 두는 듯하다. 홍채가 실제로 같은 경우가 현실에서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연을 통한 비약적인 해석은 드라마틱할 뿐만 아니라 감동을 줄 수도 있다. 비록 리얼리티가 떨어지더라도 말이다.


영화 <아이 오리진스>는 지적설계(창조론)-진화론 또는 유물론-유신론 등의 양자택일, 이분법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재미와 감동이 반감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숨 쉬고 있는 ‘나’는 우연히 세상에 내던져진 실존적 존재자이기도 하지만, 무수한 네트워크 속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우연과 필연의 경계 짓기는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때로는 신념(믿음)이 사실보다 견고할 수 있지만, 사실은 신념을 바꾸기도 한다. 또한, 그 사실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내가 믿는 주관적(해석된) 사실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실과 신념(믿음)의 경계 짓기 역시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고 있는 나는 이를 초월한 담론에는 명확히 답할 수 없다. 



아이 오리진스

I Origins 
8.2
감독
마이크 차힐
출연
마이클 피트, 브리트 말링, 아스트리드 베흐제-프리스베, 스티븐 연, 아치 판자비
정보
드라마, SF | 미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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