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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함과 일관성이 떨어진 ‘상의원’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12. 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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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의 정치사회학적 해석


영화 <상의원>에서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은 사농공상, 각 신분마다 그에 합당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조선시대 불평등(신분차별) 사회시스템을 지지하는 구세력을 상징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양반으로의 승격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돌석은 기존제도에 복종하는 체제순응적인 보수적 캐릭터다. 


반면에 이공진(고수)은 기존 위계질서를 깨트리며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미(美)를 추구할 수 있다는 평등이념을 구현하는 18세기 조선시대 신분 붕괴의 중심세력으로 그려진다. “옷은 아름답고 편해야 한다”는 공진의 디자인 철학은 돌석 입장에서는 반역이며 모반과 다름없다. 이공진이 결국 참수형을 당하는 건 기득권이 봤을 때 반역과 다름없는 생각과 행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세련된 심플함이 아쉽다 


일요일 점심시간 MBC에서 방영하는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영화 <상의원>을 소개하며 조돌석과 이공진의 관계를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로 빗대어 설명한 내용이 기억난다. 참신한 소재와 탁월한 캐스팅, 비싼 소품(의상)들… 부족한 게 없는 최고의 세팅이었다. 한국판 아마데우스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문제는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것. 즉 연출력과 스토리 전개 방식에 약간의 미흡함이 느껴져 아쉬웠다. 누군가의 삶과 직업관을 다루는 작품이 굳이 진중하고 심각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상의원>처럼 예술가들의 고뇌와 갈등이 스토리 전개의 핵심이라면, 최소한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그 일관성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더불어 갈등의 중심축(초점)이 확고히 정해져야 한다는 것. 



<상의원>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아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욕심으로 알록달록한 장식들을 너무 많이 치장하는 바람에 이야기가 자꾸 헛돌고 있는 듯했다. 마치 자동차를 구동해야 하는 엔진이 공회전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갈등’이라는 연료가 엔진으로 주입되지 않고 다른 구멍을 통해 분산돼 버린 탓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중심축이 조돌석과 이공진인지, 왕비와 왕인지, 또는 왕과 이공진인지 명확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물론 핵심은 돌석과 공진일 것이다. 하지만 질투와 시기가 한 곳에서 폭발하지 않고 여러 구멍에서 세어나오는 바람에 임팩트(카타르시스), 감동의 깊이와 힘이 심히 부족하게 느껴졌다. 왕과 왕비의 숙명적 비극을 너무 비중 있게 다루다 보니 돌석과 공진의 아우라가 상쇄돼 버렸다.


<상의원>이 한국판 아마데우스가 되고자 했다면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그 둘에만 집중해야만 했고, 왕과 왕비는 들러리에 그쳐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갈등구조가 복잡하다고 해서 정교한 것은 아니고 심플하다고 해서 밋밋한 것도 아니다. <상의원>은 캐릭터들 간에 벌어지는 갈등 연결이 심플하지 못해 집중도가 떨어졌다. 때때로 심플한 것이 세련미를 발휘한다.



느닷없는 시트콤 CG와 계수나무 옥토끼?


그 세련미에 대한 기대는 영화 초반 돌석과 공진이 밤거리를 함께 거닐다 달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장면에서 일찍이 무너졌다. 시트콤에서나 볼법한 유아틱한 CG배경에 생뚱맞게 절구질 하는 옥토끼의 괴성은 ‘이 영화가 소프트한 줄거리에 경쾌한 리듬으로 가는 컨셉인가?’ 하는 오판을 일으키게 했다. 버무리는 양념을 잘못 넣으면 제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맛이 없다. 요리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거늘…


역사 드라마, 즉 사극은 현실성(리얼리티)이 있어야 하고 그 현실성은 논리적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공진이 조선시대 프리랜서 디자이너도 아니고 궁궐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궁녀들이 자기들 맘대로 근무복(?)을 파격적(!)으로 개조하는 반골적인 작태들은 과연 당시에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이었는지 조금은 의아스럽다. 



한편,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의상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의상분야에 문외한이라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TV사극 <대장금>, <동이> 등에서 등장하는 화려하고 개성 있는 색채미를 그다지 발견하지 못했다. 조선시대 의상의 미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고 감히 평가한다. 비용 대비 시각적 효과(비주얼)가 상당히 떨어졌다는 의미다.   


가장 분노하는 순간은 영양가 만점에 신선하기 이를 데 없는 훌륭한 식자재를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일품요리는커녕 맛이 없을뿐더러 불쾌하기까지 하는 요리나 반찬을 먹어야만 할 때다. 예술가(돌석과 공진)의 번뇌와 고통을 감정이입하며 가슴 저미는 감동을 얻을 수 없었고, 그들의 작품(의상)이 제시하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지도 않았기에 <상의원>은 한국판 <아마데우스>가 아니라 왕비와 옷 짓는 장인(공진)의 슬픈 로맨스로 끝나버렸다.



상의원 (2014)

7.4
감독
이원석
출연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마동석
정보
드라마, 시대극 | 한국 | 127 분 |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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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1.04 01:17
    아이 오리진스 영화 리뷰로 들어오게 되어 얼마 전 본 상의원 리뷰도 잘 읽고갑니다.
    무척 공감하고, 저로서도 의상 소재 영화로는 의상이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마지막에 수 많은 작품 중 이병훈 감독 작품과 비교해 예를 든 점은 한복하는 가족을 둔 사람으로 매우 반감이 드네요.

    색채가 알록달록하다고 해서 색채미가 있다고 말할 순 없어요. 특히나 이병훈 감독 드라마 속의 한복 (주변 분위기의 묘사 포함)은 ,특히나 이병훈 감독 드라마 스케일 상 거의 고증없이 기성복처럼 찍어내다시피 한 의상들과 이 영화 의상의 비교는 무리라고 할 수 있어요. 콕 찝어, 동이나 대장금 등에서 나오는 한복은 그 질감과 뽑아낸 색감 등으로 보면 전혀 한국의 의상미를 언급할 수준이 아니예요. 수출되는 감독의 드라마들을 보고 한복의 아름다움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마저 드는 일인인데.. 리뷰의 마지막이 옥의 티 같아 실례를
    무릎쓰고 남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