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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생략과 섬세함… ‘가구야공주 이야기’

My Text/Cine

by 아나키안 2014. 12. 2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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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설화인 ‘다케토리 이야기’(竹取物語)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이야기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렇다고 ‘선녀와 나무꾼’처럼 코끝 찡한 슬픈 이야기는 아니지만, 달에서 온 가구야공주가 다시 돌아가버렸다는 점에서 왠지 비슷한 구석도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VS 다카하타 이사오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일본 전통예술과 종교(불교)적 색채 등이 듬뿍 담긴 애니메이션으로서 음악과 움직임이 매우 섬세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빨간머리 앤, 1979>, <반딧불이의 묘, 1988>,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1994> 등의 수작을 꾸준히 만들어 온 세계가 인정하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더불어 스튜디오 지브리를 함께 설립하기도 했다. 아주 개인적인 평가지만 두 거장을 굳이 비교하자면, 작품 속 이데올로기(메시지)나 캐릭터 성향,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 등에 비추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미 일본의 경계를 초월한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은 전쟁영화(반딧불이의 묘), 로맨틱 드라마(추억은 방울방울), 생태적 모험담(폼포코 너구리 대작전)과 코미디(이웃집 야마다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해왔지만, 그 소재나 주제와 상관없이 언제나 ‘재팬’이라는 패러다임 안에서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보다 자유분방하면서도 개성적인,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작품에 대한 몰입도 측면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더 우세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일 뿐이다.



정제된 세련미란 이런 것이다!


<가구야공주 이야기>에서는 일본의 민화 ‘우키요에’ 속의 풍경과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기법이 매우 인상 깊었고, 과감한 생략과 여백이 주는 편안함 덕분에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매우 짧게 느껴졌다. 또한, 최소의 선과 점만으로 캐릭터의 섬세함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마치 “정제된 세련미란 바로 이런 것이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특히,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일본 전통음악과 몽환적인 씬(scene)들은 설화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환상적이었다. 마치 날아다니는 꿈을 꾸듯 <가구야공주 이야기>는 무의식에 잠재된 욕망을 감질나게 자극했다.  



가구야공주의 행복론은…


달에서 내려온 가구야공주가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해석하면 ‘행복론’으로 압축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사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들을 나열하면 고귀함, 행복, 사랑, 보물, 생명, 희망 등이다. 가구야공주에게 진짜 행복은 꾸밈없는 생명의 자연 속에서 진실된 사랑을 찾을 때인 듯하다. 이는 가구야공주가 꿈꾸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나 가능하다.


현실 속 세상은 거짓과 위선, 물질적 욕망과 어리석음에 빠진 사람들이 불행으로 허우적거리는 더러운 늪과 같다. 다시 달나라로 가고자 하지만 알 수 없는 미련이 남는다. 세상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지지 않았기 때문일까. 우리에겐 아직도 희망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 가구야공주 이야기의 핵심이 아닐까. 달과 지구가 서로를 잊지 못해 끌어당기는 것처럼…



가구야공주 이야기 (2014)

The Tale of Princess Kaguya 
7.4
감독
다카하타 이사오
출연
아사쿠라 아키, 코라 켄고, 치이 타케오, 미야모토 노부코, 타카하타 아츠코
정보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 일본 | 137 분 | 20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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