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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자유란 무엇인가… “상관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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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키안 2015.06.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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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의 4대 천왕들… 마광수, 강준만, 박홍규, 유시민


문학에서는 마광수, 미디어에서는 강준만, 철학에서는 박홍규, 사회과학에서는 유시민이 내 책장의 단골손님이다. 간혹 뜨내기손님들이 변변치 못한 서재를 두드리기도 하지만 내 독특한 뇌구조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돌이켜보니 장르나 분야가 조금씩 다르고 색깔도 각양각색이지만 공통점은 ‘반골’ 기질이 다분한 저자들이다. ‘반골’이란 말이 예전에는 좋은 말인 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지만…  


이들 나만의 4대 천왕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반골은 아마도 마광수와 박홍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자유주의’, 또는 ‘개인주의’와 관련한 논문 소재를 찾는다면, 마광수와 박홍규의 저서는 문학과 사회과학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은 훌륭한 안주거리가 될 것 같다. 물론 다른 점도 많지만 은근슬쩍 비슷한 구석도 있어 상당히 재미있는 분석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란 무엇인가>는 다소 상투적이고 지루한 제목이지만 내용은 전혀 진부하진 않다. 물론 진부하다고 해서 틀린 의견이고, 진보가 항상 진리인 것도 아니지만, 자유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정독할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박홍규는 기존의 자유론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거론되는 두 가지 접근법, 소극적 자유(~으로부터의 자유)와 적극적 자유(~에로의 자유)를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분법적 자유론은 자유와 평등의 합치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또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 끝을 종잡을 수 없을 만큼 깊은 미로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더구나 정치사회적 현실에서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의 명확한 구별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박홍규는 민주주의의 핵심가치, ‘자유’와 ‘평등’의 강도(强度)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그 주체를 3개 영역으로 나눠 다시 통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노예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의 자유, 인민자결권을 향한 인민의 자유라는 세 가지 차원을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개인의 자유에는 신체, 사상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시민의 자유는 정치적, 경제적 자유가 융합된 ‘자치의 자유’, 인민의 자유는 (제국주의) 침략 등에서 독립된 자주·독립을 의미한다. 이 세 요소 중에 인민의 자유가 주춧돌이다. 인민의 자유가 선결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유 3단계, 자존-저항-창조


가장 인상 깊었던 논리는 이른바 ‘자유의 3단계’. 자유는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자존(自尊)’에서 출발한다는 것. 자존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저항’이다. 저항에서 한 단계 발전한 것이 바로 ‘창조’다.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궁극은 바로 ‘창조’에서 나온다. 아나키스트 바쿠닌이 외쳐댄 ‘창조적 파괴’도 어쩌면 자유에 대한 의지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박홍규가 말하는 자유 시스템은 개인, 집단, 인민의 자유가 상관(相關)되어 작동해야 한다. 그는 자유를 “존엄성(자존심·품위)을 갖는 인간이,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고유한 잠재능력을 증진시켜 타인에 의한 어떤 억압이나 간섭이나 지배(그런 것들이 있으면 저항하고 투쟁해) 없이(평등) 타인과 상관하여(박애) 자신이 희망하는 삶을 창조(자치·자연)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쉽게 말해 ‘타자와 함께 하는 자유’야말로 진짜 자유라는 것. 


결국, 박홍규의 자유는 그가 기존 저서에서 끊임없이 얘기했던 자유, 자치, 자연이라는 아나키즘적 요소로 귀착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그의 말마따나 작금의 자유는 소수 우익 부자들만의 것이 돼버렸고, 자유는 ‘소유’의 다른 이름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 없으면 자유도 없다.’ 


독재라는 물리적 쇠사슬과 폭력으로부터는 벗어났으나(물론 지금도 잔존하고는 있지만) 이는 다양한 방식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쇠사슬로 대체됐을 뿐이라는 그의 지적을 통감하며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타인의 자유(또는 부자유)와는 상관없는 나의 자유는 진짜 자유인가? 그리고 자존의 박탈 위기에 몰린 나는(또는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지금 무엇에 저항해야 하는가?”


자유란 무엇인가 - 8점
박홍규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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